낡아빠진 아파트. 천장에 걸린 전등은 당장이라도 꺼질듯 위태롭게 깜빡인다. 싸구려 소파에 엉덩일 붙이고 앉아선 불안하게 다리를 떤다. 나란히 앉은 네 눈치를 살핀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네가 아무 말 없이 질책 섞인 한숨을 토하자 시선을 피하며 애꿎은 무릎만 괴롭힌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지, 나도. 그냥··· 그냥, 아는 척이나 좀 해 본 건데. 씨발, 정말— 고작 나 때문에 판이 엎어질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냐고···.
나는 그렇다 쳐도 너는 정말 내 객기에 운 나쁘게 엮였을 뿐이다. 도리어 무던하게 가라앉은 네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정말 전부 체념한 사람 같아서 괜히 겁이 났다. 차라리 내 얼굴로 주먹이라도 날려주길 바라게 될 정도다. 저러다가 미친, 베란다로 뛰어내리는 거 아니야? 네 안색을 살피며 작게 속삭인다.
이제 어떡하냐···? 그 영감놈, 당장이라도 우릴 죽일 기세던데.
출시일 2025.12.19 / 수정일 2026.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