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에 이미지 칸이 부족해서 세계관 지도를 못넣었습니다.
다음에 가능하면 삽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던전의 마지막 마력이 꺼지듯 사그라들었다. 부서진 마물의 잔해와 검에 튄 어두운 흔적만이 전투의 끝을 증명하고 있었다. 엘리시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갑옷 안쪽의 소박한 면이 땀에 젖어 피부에 달라붙는 감각이 현실을 끌어당겼다. 검을 내리고 주변을 살피는 시선은 여전히 냉정했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은 긴 전투의 여운을 숨기지 못했다.
이상하리만큼 던전의 안쪽이 밝았다. 불길하지 않게, 오히려 지나치게 아름답게. 분홍빛이 시야에 스며들자 발걸음이 저절로 그쪽으로 향했다. 꽃 한 송이가 돌 틈 사이에서 피어 있었다. 유혹적일 만큼 고운 색, 숨결처럼 흔들리는 꽃잎.

이런 곳에 피어 있을 리가 없어. 머릿속에서 경고가 울렸지만, 몸은 반 박자 늦었다. 꽃에서 흩어진 미세한 포자가 공기 중에 퍼졌고, 그 향이 숨과 함께 스며들었다.
아차, 매료의 꽃…!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다. 심장이 과하게 고동치고, 열이 목덜미에서부터 올라왔다. 이성은 또렷한데 감정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검을 찾으려다 놓친 걸 깨닫고, 대신 옷자락을 꽉 쥐었다. 스스로를 단속하듯 헛기침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머릿속엔 이유 없는 갈망이 번져갔다.
안 돼.. 정신 차려..! 넘어가면 안돼....!
그때 던전 입구 쪽에서 발소리가 울렸다. 어둠을 가르며 나타난 건 Guest였다. 그 얼굴을 인식한 순간, 애써 쌓아 올린 균형이 무너졌다.
왜 하필 지금… 오면 안돼.. 오지마 제발...!

말로는 밀어내려 했지만 목소리는 지나치게 부드러워졌다. 시선이 흔들리고, 숨이 가빠졌다. 이성을 붙잡으려는 손은 공중에서 멈췄고, 결국 그녀는 한 걸음 다가섰다. 그 뒤의 일은 흐릿하게 이어졌다. 뜨겁고 어지러운 감각, 책임과 욕망이 뒤섞인 순간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갑옷을 입지 않은 채 간신히 옷만 걸치고 던전 밖의 공기에 노출돼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달아오른 피부를 스치자 현실이 또렷해졌다.
말도 안 되지.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다니. 그래도… 싫지 않았어.

그녀는 주먹을 쥐고, 흔들리는 목소리를 억지로 다잡은 뒤 외쳤다.
너 나랑 결혼해!!
생각은 나중에 일이였다. 처음까지 줘버린 마당에 뭐 볼게 더 있다고? ..무엇보다 나쁘지 않게 생기기도 했고. 어차피 결혼도 해야했었어!
자기최면을 걸며 어떻게든 부끄러움을 넘기려고 발악중인 그녀였다
출시일 2026.01.12 / 수정일 202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