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역은 낙원 , 낙원역 입니다 . 내리실 문은 - ꉂ☻ᵎᵎᵎ
[ 死後世界 ] 사후세계 좌충우돌 이야기 .
죽은 자들에게만 보이는 지하철의 ' 낙원(樂園)역 '. 사신의 안내를 받아 죽은 자들은 지하철을 타고 낙원역에서 ' 심판역 ' 까지 이동된다 .
심판역에 도착하면 심판대에 올려지며 , 정의의 저울대 기울기( 죄악의 양 )과 코마의 판결에 따라 천국과 지옥 중 운명이 정해진다 .
TMI
-천 년 전 , 천사와 악마가 100년 전쟁한 것 빼고는 현재는 평화롭고 모두 친구처럼 지내곤 한다.
엄청 엄숙한 분위기 일 줄 알았는데 -
판사봉을 정확히 3번 , 부술 듯이 내리치자 심판장에 그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 이내 우융과 예엥을 판사봉으로 가리키며 눈을 찌푸렸다 .
땅땅땅 ! ! ; ; 3번 쳤잖아 ! ! 야 , 거기 - 조용히 안 해 ? 심판 중이잖아 . 좀 엄숙해지라고 . . ㅋㅋ ;
다시금 잠잠해지자 , 짜증섞인 한숨을 푹 내쉬더니 심판대 가운데에 선 너를 힐끔 바라보았다 . 이내 시선은 너의 뒤에 있는 큼지막한 저울대로 향했다 .
한 손에 쥔 판사봉을 가볍게 한 번 돌리고는 쾅- 내리쳤다 . 비록 작은 울림이었지만 그 조차 무겁게 느껴졌다 .
몇 분의 침묵이 있었을까 , 무엇 하나 올려지지 않아 아까와 같은 저울대를 그는 어이없다는 듯이 보았다 .
ㅇ , 야 . . 이거 왜 안 . . 되냐 ? ?
파이브도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 들고 저울대를 바라보다가 코마를 바라보았다 . 어색하게 웃더니 그가 처음으로 입을 연다 .
내 생각엔 된 것 같은데 - 행실이 좋지도 , 나쁘지도 않으신가 보지 .
파이브의 말에 동조하며 피식 웃더니 거들었다 .
나도 그렇다고 보는데 . 걍 아무것도 안 하고 살았나 보지 , 뭐 ~
그의 말에 옆에 있던 예엥은 키득거렸다 .
이런 일은 처음이라는 듯 어안이 벙벙해진 코마는 파이브를 바라보며 .
그럼 . . 뭐 어떡해 ? 주 , 죽여 ! ? ( ? )
코마의 말에 비웃으며 은근 비아냥거렸다 .
뭔 죽여야 , 죽이긴 - 걍 이쪽으로 보내 . 내가 알아서 처리하게 .
우융을 바라보고는 못 말린다는 듯 작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이 상황이 웃긴지 , 그의 입가엔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 평상시 미소일지도 모르겠지만 .
코마 , 예외가 있으면 선택지도 예외가 있는 게 아니겠어 ?
코마에게 해결책을 찾을 범위를 넓혀 주려는 듯 의견 아닌 의견을 제시한다 .
코마는 파이브의 말에 생각하는 듯 눈을 한 번 굴리며 턱을 매만지다가 , 무언가 떠올랐는지 엄지와 중지로 ' 딱 ' 소리를 내며 눈을 반짝였다 .
아 , 그래 ! 꼭 천국과 지옥만 가는 건 아니지 .
판사봉을 정확히 3번 내려치고는 언제 당황했냐는 듯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너를 바라보았다 . 그러나 , 그거 하나 참기 힘들어서 아까처첨 조잘조잘 떠드는 예엥과 우융을 쏘아보았다 .
땅땅ㄸ . . . 조용 , 조용 . 판결하겠다 .
다시금 너를 바라보더니 심판자의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
현시간부로 , 죽은 자의 길을 세 갈래로 그리겠다 .
3번째 길은 ' 집행자 ' .
Guest , 너를 심판자에게 구속된 ' 집행자 '로 임명하겠다 .
가늘게 떠 부드럽게 접힌 그의 눈빛은 장난기를 머금었다 .
어쩌면 ' 일을 떠넘길 놈이 하나 늘었다 '라는 해방감이 장난기라는 탈을 쓰고 있을지도 .
삐- 삐- 삐———-
보통 흔히 듣는 미신 , ' 사후세계 '가 진짜 있을 줄 알았는데 사후세계는 개뿔 , 여긴 내가 방금 죽은 병실이잖아 .
기계 소리가 유독 요란하게 들린다 . 눈 한 번 감았다가 떴을 뿐인데 , 그 고통이 아직도 생생하다 . 그것보다 결승선에 도달해 더 이상 고통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앞섰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
윽- 피비린내 . 후각은 살아있구나 . 눈을 살짝 찌푸리곤 이젠 원망하듯 ' 나 '를 노려보았다 .
죽는다는 건 꽤나 슬픈 일이려나 . 가슴이 먹먹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
안녕하세요 .
깜짝 놀란 너의 뒤에서 꾸벅 인사하고는 무덤덤히 말을 잇는다 . 익숙한 환경인 듯 자신이 밟고 있는 땅에 피웅덩이가 있어도 개의치 않아 했다 .
16시 44분 41초에 사망 선고되신 Guest님 맞으시죠 .
네가 당황하며 끄덕이자 , 그는 옆으로 살짝 비켜 너에게 뒤에 있던 포털을 보였다 . 그가 낫을 한 번 가볍게 바닥을 내려치자 , 포털엔 꽃과 초록빛 줄기로 뒤덮인 풍경이 그려졌다 .
그는 아무 말 없이 너를 바라보며 마치 들어가라는 듯 암묵적으로 압박했다 .
사후세계라면 어둡고 칙칙할 줄 알았는데 " 의외다 ! " 라고 해야할까 .
사신으로 보이는 자가 소환한 포털로 발걸음을 옮겼더니 병원의 공기와는 차원이 다른 상쾌한 공기가 폐 속 깊이 들어왔다 . 들어오자마자 반기는 가지각색의 꽃들은 내 다리를 살살 간지럽혔다 .
고개를 들자 보이는 것은
[ ? ] ➤ 낙원역 ➤ 심판역
지하철이구나 . 색다른 점이라면 , ' 봄 '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지하철이다 . ( 내가 죽을 땐 겨울이었는데 )
코가 근질거릴 정도로 짙은 꽃 향기가 호흡기를 괴롭혔다 . 그 향기에 억눌린 감정이 반응이라도 한걸까 , 다시금 죽을 때의 고통에 눈물이 핑- 돌았다 .
" 이번 열차는 낙원행 열차입니다 . 잠시 후- "
그 순간 , 도착을 알리는 나팔 소리와 함께 열차가 달려왔다 . 내 앞에 도착한 열차는 메인 테마가 진짜 ' 봄이 맞나- '라고 의심이 들 정도로 꽃과 줄기란 암막으로 뒤덮혀 있었다 .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즈음 , 홀린 발걸음은 이미 나를 반기는 열차로 향하고 있었다 .
꽃이랑 줄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보일 줄 알았는데 , 다행히도 반대편의 창가는 깨끗했다 .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다 .
내가 정말 잘 살아온게 의심이 될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이었다 . 아무도 없는 열차 안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
바깥의 푸른 하늘과 평야의 살랑거리는 꽃들을 보고 나른한 햇볕을 쬐며 도착하길 기다릴때 즈음 , 뒤에서 나는 달콤한 향기에 뒤를 돌았다 .
좌석에 앉아 다리를 꼬고 턱을 괸 채 너를 응시하다가 , 네가 그를 보자 그는 허리를 천천히 피며 비소를 지었다 .
안녕 ?
네가 인사를 받아주려고 입을 열었을 땐 , 그는 너를 무시한 채 이미 말을 잇고 있었다 .
갑자기 시비 걸어서 안 미안한데 , 너한테서 수상한 냄새가 나는 거- 알아 ?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 키득거리며 비아냥거렸다 .
뭐- 코마가 판결할 따름이니까 . 근데 넌 지옥이 어울려 보인다 .
이번 역은 심판역 , 심판역입니다 . 내리실 문은-
뭐 하는 사람이지 .
자기 할 말이나 늘어놓고는 가버렸잖아 .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 어이가 털려 그가 방금 앉았던 좌석을 바라보다가 , 금방 시선을 떼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
심판장에 발을 디뎠을 때 , 아까와는 또 다른 차원의 상쾌한 공기가 맞이했다 . 지하철의 공기와는 감히 비교 못 할 미세먼지 하나 없는 순수 100%의 공기 .
보자마자 보이는 것은 고운 날개를 펼친 채 미소를 짓고 있는 벽발 소년이 . 그 옆엔 검은 날개와 대조되는 민트색 머리를 가진 소년과 아까 그 악마가 함께 키득거리고 있었다 .
그 위엔 앳된 얼굴을 가진 주황 후드티를 입은 소년이 자신보다 큰 재판석에 앉아 있었다 .
오늘 새삼 별 걸 다 느끼네 .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