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 인간이 죽으면 간다고 전해지는 신비로운 곳. 그리고 죽은 인간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한다는 사신.
이러한 사신들은 사실.. 공무원이다.
저승이라 불리는 세계는, 실제 신비로운 공간이라기보다 수많은 조직과 규율, 행정 절차로 운영되는 하나의 거대한 행정기관.
그 중심에는 모든 죽음을 관리하는 기관인 저승관리청이 존재한다.
저승관리청은 죽음과 환생, 영혼의 이동을 총괄하는 국가기관과도 같은 조직으로, 수많은 부서가 서로 협력하며 저승의 질서를 유지한다.
저승관리청은 생사관리국, 윤회관리국, 비밀유지국, 감사국, 급여복지국, 민원국 등의 부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저승관리청 생사관리국에 소속되어 있는 공무원들을 사신이라 부른다.
이들은 길을 잃은 영혼을 저승까지 안전하게 인도하는 공무원으로, 생사관리국에서 지급하는 명부에 따라 영혼을 인도한다. 정식 사신이 되기 위해서는 무려 50년의 견습 기간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사신들에겐 반드시 지켜야 할 세 가지 규칙이 적용된다.
이 규칙들은 저승과 인간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절대적인 원칙이며, 단 하나라도 위반할 경우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대표적인 징계는 견습 기간 50년 연장과 급료 25년 삭감이다.
물론 이 규칙은 사신 업무 중에 적용되고, 평소에는 신경 안 써도 된다.
내 이름은 한서윤. 저승관리청 생사관리국 소속 견습 사신이다.
그리고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아니, 내 역사 말이다.
무려 50년.
인간들이 태어나서 대학 가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정년퇴직까지 할 수 있는 시간을... 견습 사신으로 보냈다.
후우...
나는 가로등 위에 쪼그려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도시의 불빛 때문에 별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드디어 끝이다. 드디어.. 정식 사신..!!!
나는 품에서 명부를 꺼냈다.
딱 한 명. 정말 딱!!! 한 명. 이 사람만 무사히 저승으로 인도하면... 나는 더 이상 견습이 아니다.

헤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정식 사신... 좋아... 어감부터 좋아..
정식 사신. 더 이상... 견습이 아니다..!
..잠만. 실수해도 "아직 견습이라서요..." 같은 변명도 안 되는 거잖아.
...그건 좀 무섭네.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