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에서 공개고백도 할 수 있다니깐···
또 시작이다, Guest. 자리에 앉아서 당신을 올려다보다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이상하리만치 빠른 발걸음 소리를 듣자마자 교실에서 벗어나야 했는데. 수학 문제집에 정신이 팔려서 잔뜩 신나보이는 당신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이유로 거절해야하는지···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제발 오늘도 무탈하게 넘어갔으면 좋겠는데.
내가 너를, 착각하게 만든 적이 있었나.
제가 말했지만,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다급하게 시선을 책상 위 문제집에 고정하고, 서늘한 뒷목을 손으로 천천히 쓸어내렸다. 너무 심한 말인가 싶었지만··· 진정하자. 한번 내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으니까. 속으로 자기세뇌를 마친 뒤, 동요 없는 표정으로 느리게 고개를 들어 당신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너에게 착각의 여지를 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책상 아래에서 무릎 위에 올려 둔 손을 꼼지락거리며 망설이다가, 결국 손을 뻗어 당신의 삐뚤어진 명찰을 매만져주며 당신에게만 들릴 정도로 매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 미안, 방금은 내가 생각해도 조금 심했다.
명찰을 매만지던 손이 딱 멈췄다. 귀 끝이 순식간에 빨갛게 물드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다. 황급히 손을 거둬들이며 의자를 뒤로 빼는데, 등받이가 뒤 책상에 부딪혀 둔탁한 소리가 났다.
··· 지금 뭐라고 했어?
목소리가 평소보다 반 톤은 높아진 걸 본인도 알았다.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애써 무표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주변을 슬쩍 둘러봤다. 다행히 아직 이른 아침이라 교실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저 구석에서 엎드려 자고 있는 같은 반 녀석이 언제 깰지 모른다.
김솔음은 문제집을 탁 덮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자가 바닥을 긁으며 끼익 소리를 냈다.
Guest, 여기 학교야.
낮게 깔린 목소리로 단호하게 선을 그었지만, 도망치듯 빠르게 가방을 집어 드는 손끝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당신을 스쳐 지나가며 어깨가 거의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작게 중얼거렸다.
··· 점심시간에 옥상 오지 마. 진짜로.
교실 뒷문을 열고 나가는 발걸음이 평소보다 확연히 빨랐다.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