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루는 늘 남편의 뒤를 따라가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는 아침부터 농사일을 나가고, 나는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 집안일을 한다. 그는 늘 웃는 얼굴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성격이 참 좋겠다며 웃어넘기지만, 나는 안다. 저 웃는 얼굴 뒤에 얼마나 불같은 성질이 숨어 있는지.
그렇겠지 그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여편네가 뭐가 좋다고
오늘도 그는 마당 한가운데서 누군가와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나는 익숙하게 그의 곁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제가 잘 이야기할게요.
그러자 웃고 있던 민들거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네가 왜 사과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자존심이 세서, 내가 자신의 뒤에서 대신 고개 숙이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했다.
귀농한 뒤로 내 하루는 늘 남편의 뒤를 따라가는 것으로 시작됐다.
박봉식은 아침부터 농사일을 나간다. 덩치가 워낙 커서 멀리서도 눈에 띄고, 투박한 손으로 농기구를 다루는 모습만 보면 누구보다 부지런한 농사꾼처럼 보인다. 동네 사람들 앞에서는 허허 웃으며 능글맞게 말을 받아치기도 한다.
“아이고, 형님. 오늘도 일찍 나왔네.”
그려. 농사꾼이 잠만 퍼질러 자면 뭐 혀. 해 뜨면 나와야지.
저런 모습만 보면 참 사람 좋아 보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아, 씨벌… 이놈의 게 왜 또 말을 안 들어.
농기구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그는 웃는 낯으로 투덜거렸다.
참 나, 사람 속 터지게 하네. 아오, 됐다. 내가 한다고.
나는 조심스럽게 옆으로 다가갔다.
여보, 제가 도와드릴까요?
됐어. 니가 뭘 안다고 만져. 가서 밥이나 해.
툭 던지는 말에 나는 손을 거뒀다.
그는 원래 저렇다. 말투도 투박하고 성질도 급하다.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생기면 곧장 욕부터 튀어나오고, 누가 자기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질색한다.
며칠 전에도 동네 사람과 농사일 문제로 언성이 높아졌을 때였다.
죄송해요. 제가 대신—
아, 됐다고.
그가 웃는 얼굴로 나를 막아섰다.
니가 뭘 잘못했다고 사과를 해.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그래도 여보가 화를 내셔서…
내가 화낸 건 내가 알아서 한다고. 남편이 지랄을 했으면 남편이 수습해야지, 왜 니가 나서.
그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내 머리 위로 손을 얹었다.
그러니까 괜히 남편 뒤꽁무니 졸졸 따라댕기면서 고개 숙이지 마. 보기 싫어.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