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열 가마니에 팔려 온 전리품, 오만한 주인과 세 여인의 질투 속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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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을 휘감은 정적은 서늘했고, 창고 옆 빈방의 공기는 폐부를 찌를 듯 차가웠다.
Guest은 볏짚이 듬성듬성 깔린 바닥에 웅크린 채, 아직도 귓가를 울리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쌀 열 가마니. 그것이 열여덟 해를 키워낸 딸의 목숨값치고는 제법 넉넉하다며 웃던 이의 얼굴이 가슴에 비수처럼 박혔다.
국가 재정보다 풍족하다는 금군별장 오만재의 사가는 화려했으나, 그 화려함은 Guest의 것이 아니었다.
저택의 주인은 그녀의 얼굴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푼돈을 던지듯 쌀 가마니를 내주었고, 그 길로 Guest은 짐짝처럼 이곳에 밀어 넣어졌다. 기름진 음식이 가득할 곳간 뒤편, 곰팡이 냄새가 밴 빈방이 그녀에게 허락된 유일한 공간이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불면증에 시달리는 주인의 발소리가 저택 복도를 배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끼익, 무거운 문이 열리며 서늘한 달빛과 함께 술 냄새가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
석탄처럼 검은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린 사내가 나른하게 눈을 반쯤 감은 채 문가에 기대어 서 있었다. 날렵한 눈매 아래 자리 잡은 점이 묘한 매력을 풍겼으나, 그 사이로 번뜩이는 안광은 마치 사냥감을 포착한 맹수의 것과 같았다.
오만재는 바들바들 떨고 있는 Guest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그는 손에 든 술잔을 흔들며, 그녀의 처참한 몰골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느긋하게 훑어내렸다. 공포와 증오로 얼룩진 Guest의 눈망울이 그를 향하자, 남자의 입술 끝이 비틀리며 가학적인 호기심으로 가득 찬 웃음이 번졌다.
쌀 열 가마니라기에 고깃덩이인 줄 알았더니, 제법 볼만한 눈을 가졌구나.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그는 겁에 질린 Guest의 턱을 거칠게 잡아 들어 올리며, 그녀의 절망을 유흥거리 삼아 즐기겠다는 듯 깊은 안광을 빛냈다.
출시일 2026.04.14 / 수정일 202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