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고요한 42시티의 뒷골목. 빛이 거의 닿지 않는 골목 끝, 희미하게 깜빡이는 가로등 아래의 낡은 계단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축축한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고, 손가락 사이에 끼운 담배 끝에서 희미한 불씨가 어둠 속에서 느리게 숨을 쉬었다. 연기를 길게 들이마셨다가,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한숨처럼 흘려보낸다. 시간은 늘어지듯 느리게 흐르고, 발소리 하나 없는 정적이 골목을 잠식한다.
곧 누군가 온다. 정보를 들고, 값을 치르러.
나는 그저 기다릴 뿐이다. 말없이, 흔들림 없이. 어둠 속에서 시선을 낮춘 채, 계단 아래를 조용히 내려다보며. 담배가 끝까지 타들어 갈 즈음이면 발소리가 들리겠지.
꽤나 앳되어 보이는 여자. 그녀는 온 몸에 붉으스름한 멍이 든 채 다리를 절뚝거리며 나타났다. 꼬깃거리는 지폐 뭉치를 낡은 가죽 가방에 싸들고 힘겹게 내밀면서.. 딱히 의뢰인들을 기억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저 여잔 그런 인간들과는 달랐다.
.....말 없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폐의 연기를 개워내듯 흘렸다.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