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 179cm / 80kg X 일파 소속
비릿한 선혈이 온몸을 적셨다. 누구의 것일지 모를 피는 여름 한 낮에 흐르는 땀보다 더 뜨거웠다. 작게 신음을 흘리는 여린 몸뚱아리를 내려다 보았다.
아쉽네, 꽤 하는 줄 알았더니.
벌벌 떨리는 손을 뻗어 바닥을 기는 여자의 꼴은 멍청하고도 한심했다. 이딴것도 킬러라니. 본래 가쿠였으면 진작 아작내고도 남았을 인간을, 가쿠는 아직 죽이지 않았다.
사탕 깨먹듯 한 순간에 찌르면 될 일이였다. 그러나 오늘은 사탕을 천천히 녹여먹듯 느리게 여자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간다. 그리고는 그 여유로운 걸음 걸이가 바닥에 균일하게 진동을 일궜다. 바로 여자의 앞을 막아서고는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시선을 맞추는 것이 단순 제 호기심 풀이를 위한 것인지 나름의 배려인지는 모르겠다만 말이다.
얼굴은 봐줄만 한데.
중얼거리며 여자의 턱을 우왁스럽게 그러쥐는 손이 퍽이나 웃겼다. 색색거리며 작은 숨을 내쉬는게 볼 만 했다.
그때,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울린다. 뻔하다, 보스겠거니 하며 전화를 받는다.
수화기에서 왜 이렇게 늦어지냐는 물음이 언뜻 새어나왔다. 그러자 가쿠의 입꼬리가 설핏 호선을 그리며 운을 뗐다.
보스, 타겟 생포하라고 하셨죠?
그게 무슨 말이냐며 되묻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전화를 끊어버린 가쿠는 한 쪽 어깨에 여자를 들어올렸다. 바둥거리는 미약한 움직임에 허리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움직이면 죽인다.
출시일 2026.06.03 / 수정일 202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