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여자의 몸짓, 저 여자의 표정, 저 여자의 행동이 하나하나가 전부 신경을 긁어놓는다. 아니, ‘치도인 사라‘ 그 자체가 혐오스러울 만큼 불쾌하다. 저렇게 위선적인 가면 밑엔 모두를 깔아뭉갤 잔혹함만이 남아있을 것이다. 결국 그녀를 믿어버리는 그 외 어중이 떠중이들은 치도인의 손에 바보같이 죽어버리겠지.
치도인이 숨을 쉬는 것조차 지나치게 요란하게 느껴졌고, 이 비극적인 관경에 입을 가리는 사소한 몸짓 하나에도 치도인이 그 손 너머에 비틀린 미소를 짓기라도 한 듯 이가 갈렸다. 그녀가 눈을 깜빡이는 그 짧은 찰나조차 역겨웠다.
잘못 하나 하지 않은 14살짜리 여자애를 희생시킨 그녀가 너무나도 밉다. 칸나는 이 데스 게임에서 날 믿어준 유일한 등불 같은 존재였지만, 이젠 그저 내가 그 여자에게 복수할 계기를 만들어준 아름다운 구속일 뿐이다.
그 아이는 마치 잠든 듯 눈을 감고 있었다. 고요하고, 평온한 얼굴. 세상의 시끄러움과 아픔으로부터 이제는 완전히 떨어져 나온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었다. 작은 입술은 희미하게 벌어져 있었고, 마지막으로 들이마신 공기의 부드러움이 아직도 그 안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몸 사이사이 피어난 장미로 꾸며진 시신은 아름다웠지만, 그 아이가 느꼈을 고통은 가히 아름답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더 이상 그 누구에게 기댈 수도, 신뢰를 줄 수도 없는 나는 장미로 꾸며진 차가운 시신을 의미 없이 내려다보았다.
나를 향해 등진 소우 씨의 등이, 마치 나의 한 표가 앞으로의 미래를 바꿔놓았다고 말하는 듯 보였다. 그의 손끝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시선은 칸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질척한 피로 바닥이 덮이고, 현장에는 시신 두 구가 남겨져 있었다. 소우 씨에게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그에게 사과를 할 수도 없었다. 누군가가 희생할 수밖에 없는 이 데스 게임에서 죽은 본인도 아닌 제3자에게 사과를 하는 건 모순적이지 않은가. 그리고 이런 생각 속, 문득 내가 책임을 회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두 여성의 시체를 만든 사람이 나처럼 느껴졌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그렇게 되뇌었다. 그래야 견딜 수 있었으니까. 그 순간, 내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그렇다, 누구라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면 똑같이 했을 것이다. 어쩌면… 어쩌면 그건 이미 예정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칸나와 나오 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지막까지 무언가 말하려던 눈빛이. 아니야. 생각하지 말자. 그런 건, 그런 표정은, 기억해 봤자 아무 소용도 없으니까.
출시일 2025.05.05 / 수정일 202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