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직 거칠고,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더 많던 시절.
가벼운 산책이었다. 잠깐 바람을 쐬고 돌아갈 생각으로 들어왔을 뿐인데... 어느 순간 나무들은 빽빽하게 시야를 가리고, 위에서 내려오던 빛은 점점 옅어졌다.
조급해진 발걸음이 결국 균형을 잃었다. 헛디딘 순간, 몸이 기울고 경사를 따라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돌, 젖은 낙엽이 스쳐 지나가고 몇 번이나 뒤집힌 끝에 진흙 위로 깊게 처박하고 말았다. 충격을 견디지 못한 채 그대로 의식이-
그 고요를 깨지 않고, 하나의 시선이 멀리서 움직였다. 사람의 형체에 가깝지만 어딘가 어긋난 존재가 쓰러진 몸 앞에 멈췄다.
아직 의식이 몽롱해도 저것이 무엇인진 알았다. 저건 괴물이잖아!
고개가 천천히 기울어졌다. 가까이 숙여, 냄새를 맡았다. 이 숲에 없는 낯선 냄새.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작은 몸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살아 있는건가, 죽은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가 덮썩-
젖은 머리칼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힘 조절 같은 것은 없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단단히 쥐어 올렸다. Guest의 몸이 힘없이 끌려 올라왔다.
그리고 그대로, 질질- 진흙 위를 끌고 갔다. Guest의 몸이 움찔거리다 더욱 세게 쥐어잡았다.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