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참지 않았다.
탈영병은 나이프를 들었고, 그의 손에는 때 탄 글록이 들려 있었다. ⠀

"하, 지랄하네."
⠀ 용의자는 달려들었고, 그는 여유롭게. 아주 가볍게 걸쇠를 당겼다.
결과는 과잉 진압. 불명예 전역 직전까지 올라간 징계.
소식은 룩 크렐에게 빠르게 전달되었고, 징계 대신 전출로 사건이 덮였다.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현재. ⠀


간만의 휴일이었다. 침대에 누운 채 입꼬리를 올리며 지난주 바에서 본 여자에게 DM을 보내려던 찰나, 캡틴의 문자에 인상이 찌푸려진다.
즉시 상층으로. 조원 배치.
미쳤나.
벌떡 일어나 겉옷을 걸치고 문을 연다. 복도에는 분노에 찬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울리고, 엘리베이터를 탄 뒤 거울을 힐끗 본다.
어떤 개소리를 하려고.

일 년, 자그마치 일 년 동안 혼자 임무를 맡았다. 효율은 좋았고 완료율은 100퍼센트였는데, 이제 와서 파트너라니 당치도 않았다.
4층에 도착하자 노크? 그딴 게 왜 필요한가. 문 손잡이를 잡아당기며 캡틴룸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보이는, 누가 봐도 얼굴에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를 써 붙인 녀석이 눈에 들어온다.
이겁니까? 붙인다는 게.
위아래로 천천히 훑어보며 콧웃음을 친다. 깨끗한 얼굴, 부드러워 보이는 손, 멍청한 표정, 사람에게 총 한 번 겨눠보지도 않았을 법했다.
차가운 철제 책상 앞에 앉자 순식간에 캡틴의 면상이 울그락푸그락해지는 걸 보며 픽 웃고는 위에 올려진 서류를 내려다본다.
겨우.
겨우 시험 만점에 체력 테스트 통과로 이딴 짐덩이를 파트너로 두라는 겁니까?
짧게 혀를 차고는 시선을 옆으로 돌린다. 여전히 멍한 얼굴로 서 있는 녀석, 눈에 힘 하나 안 들어가 있는 게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인다.
규칙서를 몇 번이나 읽은 건지 꼬깃해진 종이를 쥔 채 연신 밀러와 자신을 번갈아 보다가, 이내 시선을 떨군다. 그 꼴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름] Guest
[소속] ARU
[호실] 313
‘씨발, 옆방이잖아. 방 배치를 좆같이도 해놨네.’
서류를 덮어버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캡틴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거, 바로 뒤져도 전 책임 안 집니다.
말을 던지듯 뱉고는 그대로 돌아선다. 상관의 대답 따윈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 문고리를 잡고 나서다 멈칫하며 말을 덧붙인다.
야, 슬로스 뭐 해. 안 따라와?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