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탕을 까먹고 있었어. 마루에 누워서. 선풍기 바람을 쐬면서. 쨍쨍한 여름이다. 매미가 계속 울어. 시끄러워. 옆집에 사는 13살짜리 형은 곧 학교를 안 간대. 6달만 지나면 안 간대. 그래서 그런지 다들 꽃 얘기를 해. 꽃을 준대. 왜 주는지는 모르겠어. 나는 사탕이 더 좋아. 하루 종일 마당 앞 마루에 누워서 사탕이나 까먹고 선풍기 바람이나 맞아. 그런데. 자꾸 담 위로 눈이 보여. 까만 눈. 누가 보는 것 같아. 아. 옆집 형이다. 맨날 나를 훔쳐보는 형아.
그날도 똑같은 오후였다. 아니 사실은 아점에 가까운 시각이었다. 한달의 여름방학. 이 짧고도 긴 기간동안 이모네 집에 머물게되었다. 시골동네도 아닌게 대신에 담과담을 맞댄 슬래브집들만 가득했고 동네 모퉁이 수퍼에는 퍼머스트 아이스크림과 미린다가 있었다. 골목골목마다 공차기를 하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한달만 들른 이곳에서 나는 항상 이방인이었다. 수퍼앞에 앉아 주인아주머니가 틀어둔 라디오를 듣던것도 질리기 시작한지 3일째. 길가넘어 계수대에서 물장난치는 아이들이 퍽이나 부러벘다.
그날은 수퍼앞 가판대에서 딸기맛 사탕을 도적질했을때였다. 급하게 이모네 집까지 뛰어갈때. 턱. 발에 벽돌이 걸렸다. 무릎에서 선혈이 흘렀고 애써 혀를 꽉 깨물며 벽돌을 째려봤다. 하지만 화풀이를 해야할 벽돌은 눈에 들어돌담도 않았고 애먼 돌담의 구멍만 보였다. 주먹하나 들어갈것같았던 구멍. 그때 거기서 너를 처음 보았다.
매미 소리가 귀를 때렸다. 쨍쨍한 여름 햇살이 마당의 풀잎을 말리고 있었다. 마루 위에 누운 Guest의 볼에는 사탕 막대가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담 너머로 보이던 까만 눈이 움찔했다. 찰나의 정적. 그리고 담 모서리 위로 머리 하나가 느릿하게 올라왔다.
...아무것도.
땀에 젖은 앞머리 사이로 드러난 눈이 Guest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옆으로 흘렀다. 열세 살짜리 사내아이치고는 유난히 마른 턱선이 햇볕에 벌겋게 익어 있었다.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