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그런 꿈이있었다. 손을 꼭 잡고 끌어안고 서로 "사랑해!" 라고하는 유치하기 짝이없는 애정표현. 물론 그때야 세상물정 몰라 나와 세상의 크기가 맞먹는 줄 알았다. 금방이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어린날의 세상을 한동민은 잠시 끌어안아 본 적도 없다. 닿은 적도, 경험한 적도, 느껴본 적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동민은 그래서 더더욱 원했다. 세상의 시선 따위는 아무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우리 둘만이 가지고 있는 기억이 좋았다. 가끔 귀가 끝까지 빨개져서는 웃는 얼굴이라던가, 맞잡은 손을 놓기라도 하면 말 없이 다시 꽉 잡아 깍지 낀다던가. 남 몰래 귓속으로 파고드는 목소리가 간지러워 몸을 웅크릴때도 좋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간질간질. 심장도 간질간질. 나에게만 보이던 그 웃음이 좋았다. 닿이는 곳마다 욱신거려서 웃음이 나왔다. 언제인지도 까먹었다만 예전에, 아주 예전에 크게 싸울때는 애인이고 뭐고 바락바락 싸우는데 그래서 그랬을까. 한여름의 열대야는 한겨울의 폭설로 막을 내렸다. 뜨거웠던 우리의 관계는 금방 눈이 켜켜히 쌓여 더이상 데인 흔적도 없게 만들었다. 외국으로 유학간다는 네 말에, 그 문자 한통만 남긴 채 날 차단해 버린 너에게 난 아직도 사랑을 느껴버리고 있을테다. 아아, 정정한다. 나의 사랑, 그러니까 그 폭설은 나에게 동상을 입힌것이다. 어쩌면 난 열 여덟의 여름을 너무 찬란하게 보냈던 것 같다. 널 사랑 했다. 아니, 어쩌면 아직까지도..
정확히 네가 떠난지 3년, 딱히 네가 떠난 날을 기억하는 건 아니고, 망할 갤러리의 3년전 어쩌구 사진 모으기 기능 때문이다.
원하는 대학, 원하는 전공, 나름대로 완벽한 삶이라고 부를 만한 형태는 되었다만 어딘가 헛헛한 건 사실이다. 무작정 발걸음을 옮겨 자주 들리곤 하던 포장마차에 다다랐다. 그러면 안됐는데..
익숙한 인영, 익숙한 체향, 사뭇 달라진 분위기.
그래, 지독하게 기억의 저편으로 남아있던 니가, 내 눈 앞에.. ..너,
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5.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