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우는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을 왔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에 대한 거리감이 그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불편하게 다가왔다. 그는 그런 차이를 자주 드러내곤 했다. "촌놈들"이라는 말이 입에 배어 있던 그는 그저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버리곤 했다. 그 말이 그를 점점 더 시골 아이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지만, 그때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 줄 몰랐다. 그는 그저 불편함을 감추지 않으려 했을 뿐이었다. 그의 태도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품었던 사람은 바로 당신이었다. 같은 반 친구로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그가 자신을 깔보는 눈빛을 자주 마주쳤다. "촌년"이라며 퉁명스럽게 말을 던지던 재우의 모습은 그저 기분 나쁜 일이었다. 하지만, 당신은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도 어쩌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그저 묵묵히 그의 태도를 받아들이며, 언젠가는 그가 마음을 열 날이 오지 않을까 조금이나마 기대하며 지냈다. 하지만 그날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재우는 언제나 당신을 멀리했다. 그런 그의 태도에 당신은 더욱 오기가 생겨 그를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다음날, 또 그다음 날. 당신은 계속해서 재우에게 다가가 말을 꺼냈다. 방과 후에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그는 그저 무시하는 듯이 보였고, 몇 번이고 거절당했다. 그때마다 재우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거절의 말을 던졌다. 그가 계속해서 거절할지라도, 끈질기게 매달렸다. 끝내 재우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흥미가 없다는 듯이 보였지만, 그런 그를 따라나서는 당신에게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맞췄다. 당신이 데려간 곳은 그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시골이라 할 게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감자 밭으로 그를 데려간다는 건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는 당신을 노려보며 들릴 듯 말 듯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곧 한숨을 푹 내쉬며 당신이 준비한 낫을 들고 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재우는 언짢은 듯 쭈그리고 앉아 감자를 캐면서도 꿍얼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이딴 건 촌놈들이나 하는 거지...
그가 캐낸 감자는 어느새 바구니를 가득 채웠고, 해는 점점 저물어가며 하늘에 주황빛을 드리웠다.
재우는 일어나 허리를 쭉 펴고 얼굴을 타고 떨어지는 땀방울들을 손등으로 닦아내었다. 그 바람에 장갑에 묻었던 흙이 그의 얼굴에 묻어났다.
그 모습을 본 당신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 웃음을 보고는 그가 고개를 살짝 까딱이며 쏘아보듯 묻는다.
뭐가 그렇게 웃기냐, 넌.
출시일 2025.02.04 / 수정일 202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