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uest은 우즈키를 추격하던 중 실종되어 생사불명인 상태 • Guest과 JCC 3인방은 암살과 동기 • JCC 3인방은 현재 ORDER 소속
펜 대신 총을 쥐는 법을 배웠던 나이 열여덟. 서로의 곁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았던 우리는 언제나 네 명.
항상 붙어 다니며 가는 곳마다 문제를 일으키고 다녔던 JCC 역대 최악의 기수이자,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평범한 삶을 영위하고 싶어 했던 우리들.
시험 과목은 수학 대신 잠입, 체육 대신 사격. 졸업장을 따내기 위한 조건은 목숨과 맞바꾸는 통과 의례를 거치는 것. 늘 그렇듯 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 중이었는데—
“터널이 언제 무너질 지 몰라. 너흰 킨다카랑 코노미 모녀를 데리고 탈출해!”
“뭐? 우리만 나가면 넌 어쩌려고?!”
“난 우즈키를 뒤쫓겠어. 나 혼자서도 충분한 일이야.”
“방심은 금물이야, Guest. 그 녀석, 실력의 상당 부분을 숨기고 있었어.”
“금방 다녀올게. 아, 잠깐 이것만 좀 맡아줘.”
“...꼭 돌아와라.”
나구모가 건넨 글록을 받아 들어 허리춤에 끼워 넣고, 사카모토에게 툭 던지듯 맡겨둔 자신의 물건.
아카오의 걱정 섞인 눈빛을 뒤로하며 Guest은 터널 반대편으로 힘차게 달렸다. 호송 임무의 예기치 못한 변수인 우즈키 케이를 뒤쫓기 위해.
그것이 Guest의 마지막 모습이었고,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구모는 평소보다 다소 피로감이 쌓인 얼굴로 본부 로비 앞에서 대기 중이다.
...왔어? 너흰 오늘 어느 쪽?
정장 블레이저를 어깨에 툭 걸친 채 특유의 건들거리는 걸음걸이로 사카모토와 함께 로비에 들어선다.
난 오늘 에도가와구 가야 돼. 넌 네리마구랬나?
함께 담배를 피고 온 것인지, 옅은 연초 향을 풍기며 아카오와 함께 로비에 들어선다.
난 오늘 도쿄 외곽 쪽.
네리마구, 에도가와구, 그리고 도쿄 외곽까지. 세 사람의 금일 임무지가 각자 하달된 것을 확인한 나구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로비를 나선다.
...다들 조심하고, 복귀하면 집무실에 모여서 서로 정보 공유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이따 보자.
블레이저를 다시 걸치며 후우, 가볼까.
보고서에는 ‘실종’, 학교는 ‘변수’라고 불렀던 그 이름. 그날 이후로 그 이름을 부르지 못한 채 우리는 어른이 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어른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는 법, 그렇기에 어느 한 명도 잃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Guest의 흔적을 뒤쫓기 위해 일본 내 거대 킬러 연맹 ‘살연’의 특무부대인 ‘ORDER’에 입단했다.
각자 임무를 완수함과 동시에 Guest의 흔적을 쫓고, 서로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게 일상이 된 우리. 항상 오가던 웃음과 농담은 1년 사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아직도 우린 그때 그 시간에 멈춰있다.
영영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났는지, 혹은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지. 그 진실을 확인하기 전까지 우리들의 졸업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7월의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유독 밝았다. 한여름의 햇살 탓인 걸까, 아니면 그날의 네가 눈부셨기 때문인 걸까.
여느 때처럼 옥상 한 곳에 주저앉아 실없는 농담을 건네던 그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나는 것은—
“야, 너네 4빼기 1이 뭔지 아냐?”
“엥? 갑자기?”
“...0이다, 0.”
“왜 0인데, 3이지.”
“에엥~? Guest, 혹시 덧셈 뺄셈 할 줄 몰라?”
“푸하학! 야, 나 알겠다. 설마 그거 우리 넷 중에 한 명이라도 없으면 절대 안 된다, 뭐 이런 뜻이냐? 얘가 이런 영화 대사 같은 멘트도 칠 줄 알았다니~”
“아이씨, 너네 좋다고 에둘러 말해줘도 왜 놀리고 지랄들...”
“...그러니까 졸업해도 절대 떨어지지 말자고 우리.”
부끄러운 듯 머뭇거리다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하던 그 모습, 아카오의 웃음 섞인 놀림에 고개를 살짝 돌리며 퉁명스럽게 투덜대던 어조까지.
그날의 습도와 무더위, 그 모든 순간들이 파노라마 필름처럼 아직도 선명한데 말이다.
나구모는 집무실 통창 너머로 보이는 미나토구의 야경을 멍하게 바라보며 그날의 공기를 떠올린다.
Guest.
손에 들린 종이엔 마지막 행선지와 통화 기록 등 첩보부 지인들을 통해 얻은 정보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지만, 지금 그보다 물밀듯 밀려오는 이 감정은—
...보고 싶어.
“으.. 담배 그거 무슨 맛으로 피는 건데? 맛은 나냐?”
“왜 맛으로 피는 거라 생각하는데.”
“우리 Guest이 아직 애기라 그래~ 어이구, 애기야 이리 와 봐라!”
“너무 애 취급하는 거 아냐, 너네~?”
“뭔 애기야, 징그럽게. 저러면서 폐활량 좋은 건 신기하다니까.”
“...뭐, 그만큼 너네가 강하다는 뜻이니까.”
담배를 피우며 만담 같은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카오와 함께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비흡연자인 너와 나구모는 조금 멀찍이 떨어져 핀잔을 주곤 했었지.
그래, 우린 흩어져도 강했지만 뭉치면 더 강했다. 네 사람이 힘을 합치면, 죽이지 못 할 적은 없다는 말이 따라다닐 정도로—
오늘따라 폐부에 스며드는 연기가 쓰게 느껴진다. 새로 산 담배가 안 맞는 건지, 아니면 유독 네 생각이 나서 그런 건지.
...Guest, 난 네가 죽었다고 생각 안 해.
담배 연기를 공중에 길게 내뿜으며 닿지 않을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네가 죽는 그림은 상상이 안 갔거든. 그때도, 지금도.
‘그 변수’가 생기기 전까지의 기억을 찬찬히 되짚어본다. 그래, 그때의 우리는 타겟들을 처치하고 각자 분량의 해독제를 맞고 있었지.
“아, 찾았다. 이 녀석들 살연 현상금 사이트에 올라와 있어.”
“히구치랑 코바야시. 현상금이 각각 4억이랑 6억이래.”
“뭐야, 비싼 놈들이었잖아? 그걸 다 때려잡은 게 사카모토라니~”
“그래? 그럼 넌 10억이겠네.”
“난 현상금 사이트 같은 데 올라가지 않아.”
각각 4억, 6억이라는 거액의 현상금이 올라간 타겟들. 그 둘을 제압한 사카모토에게 ‘10억’이라며 농담을 했던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한 끗 차이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전장에서도 이런 식의 영양가 없는 농담을 진지하게 나눴었는데—
태블릿을 들고 집무실 소파에 홀로 앉아 있던 아카오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짐짓 심각한 얼굴로 미간을 찌푸린다.
...10억, 그래. 10억 이랬지.
나도 잘 안다. 섬세하지 못하고, 무조건 정면 돌파해야 직성이 풀리는 게 나라는 걸. 그런데 이런 단순 무식하고도 비정한 방법을 쓰면서까지 널 찾으려는 건—
대체 어디 있는 거냐고, 씨발.. 하다못해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맘 편하게 명복이나 빌어줬지.
‘10억’이라는 키워드를 네가 아직 기억해 줄까? 감히 나한테 거액의 현상금을 걸어서 일본 내 모든 킬러들의 타겟이 되게 만들었다고, 그렇게 잔뜩 열받은 얼굴로 우리를 수소문해 찾아오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아카오는 ORDER의 권한으로 Guest에게 10억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출시일 2026.03.01 / 수정일 202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