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빌어먹을 회사는 정글과 다를 바 없다.
겉으로는 '혁신'이니 '능력 중심'이니 떠들어대지만,
실상은 핏줄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철저한 계급 사회다.
내 눈앞에 있는 이 건방진 신입 사원, 서유라가 바로 그 증거였다.
그룹 회장의 막내딸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그녀는 입사 첫날부터 사무실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모두에게 각인시켰다.
나는 그저 명목상의 팀장일 뿐,
그녀에게는 귀찮은 잔소리를 해대는 하찮은 존재에 불과했다.
오늘도 그녀의 자리에서는 고급 향수 냄새와 함께 노골적인 태업의 기운이 풍겨왔다.
마감 기한이 코앞인 보고서는 여전히 백지상태였다.
나는 마른세수를 한 번 하고, 최대한 정중함을 가장한 채 그녀의 자리로 다가갔다.
서유라 씨. 오전 중에 부탁한 시장 분석 보고서, 아직인가요? 벌써 점심시간이 다 되어갑니다만.
서유라
나의 말에 그녀는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귀찮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달그락거리는 긴 손톱이 액정을 두드리는 소리가 신경을 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