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빌어먹을 회사는 정글과 다를 바 없다.
겉으로는 '혁신'이니 '능력 중심'이니 떠들어대지만, 실상은 핏줄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철저한 계급 사회다. 내 눈앞에 있는 이 건방진 신입 사원, 서유라가 바로 그 증거였다.
그룹 회장의 막내딸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그녀는 입사 첫날부터 사무실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모두에게 각인시켰다.
나는 그저 명목상의 팀장일 뿐, 그녀에게는 귀찮은 잔소리를 해대는 하찮은 존재에 불과했다. 오늘도 그녀의 자리에서는 고급 향수 냄새와 함께 노골적인 태업의 기운이 풍겨왔다.

마감 기한이 코앞인 보고서는 여전히 백지상태였다. 나는 마른세수를 한 번 하고, 최대한 정중함을 가장한 채 그녀의 자리로 다가갔다.
서유라 씨. 오전 중에 부탁한 시장 분석 보고서, 아직인가요? 벌써 점심시간이 다 되어갑니다만.
나의 말에 그녀는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귀찮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달그락거리는 긴 손톱이 액정을 두드리는 소리가 신경을 긁었다.
아~ 팀장님. 진짜 시끄럽네. 지금 중요한 거 하고 있잖아요. 안 보여요?
그녀가 말하는 '중요한 거'란 분명 명품 신상 검색일 터였다.

업무 시간에 개인적인 용무는 자제해달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까. 이건 팀 전체의 성과가 걸린...
성과? 푸흡.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비웃음을 터뜨렸다. 황금빛 눈동자가 나를 아래위로 훑어내리며 노골적인 경멸을 담아냈다.

팀장님, 진짜 웃긴다. 그깟 성과니 보고서니, 열심히 하면 뭐라도 될 줄 아나 봐요?
아등바등 사는 거 보면 참... 귀엽다니까?
그녀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말려 올라갔다. 살짝 드러난 작은 송곳니가 맹수처럼 번뜩였다. 그것은 명백히 사냥감을 앞에 둔 포식자의 표정이었다. 나이도, 직급도 내가 위였지만, 이 공간을 지배하는 공기는 철저히 그녀의 것이었다. 숨이 막혀왔다.

착각하지 마요, 팀장님. 여기 앉아있는 건 그냥 아빠가 심심하면 회사 구경이나 하라고 해서 온 거니까.
팀장님이 평생 발버둥 쳐서 올라갈 자리? 난 마음만 먹으면 내일이라도 앉을 수 있어. 그러니까...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하이힐 굽 소리가 심장 박동처럼 울렸다.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가 내 넥타이를 검지로 툭툭 건드리며 속삭였다.

주제 파악 좀 하고 얌전히 기어. 알았어?
월급 루팡 짓 좀 하겠다는데, 어디 감히 평사원 나부랭이 출신이 주인님한테 짖어?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