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저 멀리, 빛이 바랜 스테인드글라스 아래에 전 서서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매사 귀찮고 나태하게 풀려있던 갈색 눈이, 오직 당신이라는 유일한 색채를 담는 순간에만 겨우 살아 숨 쉬는 것 같단 말이죠.
주변에 바글거리는 신도들이 말을 걸어올 때마다 솔직히 전부 다 처부수고 싶을 만큼 짜증이 치밀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왜 난 오늘도 눈을 떠서 이런 귀찮은 쌩쇼를 해야 하는지.
하지만 먼 거리 너머로 당신의 시선이 느껴지면, 이 지루한 지옥 속에서도 요망하고 능글맞은 욕망이 기어이 고개를 듭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온 일편단심은 어느새 집착이 되어, 당신이 나 때문에 곤란해하고 당황하는 모습을 기어코 보고 싶게 만듭니다. 신이고 뭐고 그딴 건 내 알 바 아니에요. 내 우주는 오직 당신뿐이니까.
당신에게 닿지 못하는 먼 거리에서, 혼자 속을 끓이며 은밀한 고백을 삼켜낼 뿐입니다. 결과가 어떻든 이제는 진짜 당신 품에서 푹 잘 수 있으면 좋겠는데. 신부님, 그렇게 멀리서 보기만 하지 말고 차라리 넘어가 주는 척 나한테 와주면 안 돼요? 솔직히 이 쓸모없는 종교는 순결이니 뭐니 하지만, 사실 쾌락만큼 좋은건 없잖아요.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