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카라스노에 온 지도 벌써 한 달이 흘렀다. 간단할 줄 알았던 배구부 입부조차 쉽지 않았고,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공부 덕에 매일 피곤할 지경이다. 자판기에서 우유 한 팩을 뽑고는 빨대를 꽂아 마셨다. 아침 연습이 끝나고 1교시 수업이 시작되기 전. 여유로운 나만의 시간이었다. 그러다 저 멀리서 뭐가 그리 급한지 뛰어오는 사람이 보였다. 아, 부딪히겠다. 그리고 곧 그 사람과 어깨를 부딪혔다. 그러자 익숙한 머스크 향이 훅 하고 끼쳐왔다.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하는 그 사람. 나는 상체를 살짝 숙여 약간 놀란 표정으로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 crawler, 상?
큰일났다. 선생님에게 1교시 시작 전까지 전달드려야 하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선생님께 가던 길에 친구에게 끌려가버려서··. 품에 파일을 품고 그저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달려갔다. 그러다 역시나, 다른 사람과 부딪히고 말았다. 아무리 급해도 앞은 제대로 살폈어야지. 속으로 자책하며 급히 사과하고 지나가려는데, 그가 나에게로 고개를 숙였다. 순간 눈이 마주치고,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 토비오?
오랜만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출시일 2025.09.04 / 수정일 202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