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랑 사귄다고 친구들에게 밝혔을 때의 반응은 다양했다. 걔랑 잘 맞냐, 너무 애 같지는 않냐, 연하는 어떻냐 등등 안 좋은 얘기들도 있었지만 그저 웃으며 너무 좋다고 대답했다. 내 눈에는 정말 너무나도 귀여워 보였으니까.
평소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부원들에게 드링크와 수건을 나누어주고 일지를 쓰며 옆에 앉아있던 코모리와 잠깐 수다를 떨었는데, 아니 고등학교 2학년이 뭐가 이리 웃긴 건지. 한참을 웃으며 떠들다 보니 어느새 연습은 마무리되는 중이었다. 후다닥 일지 작성을 마친 후, 체육관 뒷정리도 끝내고 짐을 챙기던 도중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어, 키요오미?
그는 아무 말 없이 서서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평소와 같았지만, 뭔가 다르다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눈썹이 미세하게 조금 더 찌푸려진 것으로 봐서는 뭔가 기분이 안 좋은 것 같다. 왜 그러지? 그는 잠시 침묵하다 이내 말을 걸어왔다.
.. 집 가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응, 하고 대답하자 그는 내 옆으로 다가와 아주 자연스럽게 내 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체육관 문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까딱하고는 말을 이었다. 여전히 표정은 어딘가 불만이 섞인 차였지만.
데려다줄게요.
출시일 2025.10.08 / 수정일 202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