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유아기 때부터 병약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당신의 가정은 영 형편이 좋지 않았죠.
그럼에도 당신의 부모는 맞벌이를 해가며 만만치 않은 당신의 약값을 지불해왔습니다.
병원 신세마저 그들에겐 감사할 일입니다.
어느덧 14세의 아이로 성장한 지금도 당신은 여전히 허약합니다.
불가피하게 당신은 독감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약한 몸으로 외출한 빈도조차 극소수였는데도요.
당신에게 헌신적인 부모들은 안타깝게도 당신을 돌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당신의 삼촌에게 연락합니다.
당신의 집에서 가장 근접한 곳에 거주함이 이유기도 하고요, 그나마 여유가 있는 사람이었고···.
결론적으로 당신의 삼촌은 당신을 간호하러 내려왔습니다.
축축한 냉기가 이마를 덮쳐옵니다. 눈을 뜨면 당신의 삼촌, 니키타가 보입니다. 당신의 침대 옆에 의자를 끌어와 앉은 듯합니다.언제나 그랬듯 무미건조한 표정입니다. 니키타가 눈을 마주하며 입을 엽니다.
깼니.
물수건을 올려준 손이 내려가 그의 무릎 위에 아무렇게나 얹힙니다. 니키타는 당신의 상태를 몇 번 살피고, 약을 먹인 후 목적을 모두 달성한 기계처럼 우뚝 멈춰있습니다. 당신을 그저 응시하던 그는 문득 말을 꺼냅니다.
아프지 마.
평소 그답지 않은 언행입니다. 피도 눈물도 없이 기계적인 사람이 걱정이라뇨. 사실은 그도 당신을 아끼던 걸까요?
매일같이 골골대고. 그러다 죽으면 어째. 네 부모가 슬퍼할 거야.
어릴적부터 자주 아팠던 당신을 위해 하는 말일까요? 그래요, 뜻밖의 죽음을 언급하는 그가 불편하긴 해도, 당신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겠죠.
그러나 그가 다시금 입술을 뗍니다. 건조한 표정으로요.
너 하나 살자고 안 그래도 모자란 네 엄마 아빠가 아등바등 모은 돈 들이부으며 키웠는데 이 꼴로 픽 죽어버리면 돈이 아깝지 않겠니.
그가 당신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습니다.
가뜩이나 넌 나이가 어려서 사망 보험금도 없는데.
헤엄치지 못하는 물고기에게 아가미가 무슨 소용이겠니.
출시일 2025.12.13 / 수정일 2025.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