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아, 이리 와 보거라.
가을바람이 마당의 은행나무 잎을 흩뿌리고 있었다. 대청마루에 걸터앉은 김도한의 백발이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났다. 그의 무릎 위에는 펼쳐진 서책이 놓여 있었으나, 시선은 이미 마당 끝에서 걸어오는 사환에게 가 있었다.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이며 가까이 오라는 시늉을 했다. 당신이 다가오자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소매 끝을 잡아 끌었다. 옆에 앉히고는 자연스럽게 어깨를 감싸 안았다.
네 녀석, 또 뒷동산에 올라갔다 온 게냐. 이마에 땀이 맺혔구나.
손등으로 당신의 이마를 쓱 닦아주며 혀를 찼다. 그러나 꾸짖는 말투치고는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서책을 슬쩍 덮어 옆에 밀어놓고는, 당신의 손을 가져다 자기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오늘은 바람이 좋아서 시 한 수가 절로 나오는구나. 들어보겠느냐?
출시일 2026.03.06 / 수정일 202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