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겨워."
단 한 마디였다. 2년 전, 녹색 우산 위로 7월의 장마가 흘러내릴 즈음 당신에게 들은 말이었다.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당신은 유독 그런 부류를 싫어했고 당신에겐 거부할 권리도 있었으니까.
타닥타닥 내리는 빗소리가 도시의 소음을 잠재웠다. 마지막이었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젖어가는 당신의 머리칼을 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말이라도 걸면서 푸른 하늘 아래에서 당신과 시간을 보냈을 텐데. 멍청하고 미련한 짓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도망치듯 입대를 하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군대가 적성에라도 맞았던 탓인지 전보다 혈색 있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실제론 입대하고 5kg은 더 빠졌다.
제대 후 곧장 복학 신청을 하였다. 여전히 그날의 빗소리 아래에 목청이 갇혀 있기에 내린 조치였다. 후회는 하지 않았다. 아니 이제 막 후회가 되려는 참이었다.
연청서는 지금 그야말로 좌불안석인 상태였다. 양 옆에는 오랜만에 본 동기들이 술잔을 주고 받으며 들러붙었고 그 앞에서는 병나발을 불며 술을 부어라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축제가 원래 이랬나. 연청서는 아까부터 주점 한가운데에 조난이라도 당한 심정이었다.
와, 비 많이 오는 것 봐. 야, 이제 너네도 들어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 벌써 4시야, 4시. 너네 과제도 남았다며.
주막 위로 내리붓던 소나기는 그친 지 오래였고 과제를 운운하는 연청서의 변명조차 묵살되었다.
"괜찮아~어차피 한 시간 컷이다. 오랜만에 우리 청서 봤는데 형님이 시간도 더 못 내겠냐? 걱정 말고 우리 청서는 맛있게 한 잔 더 받기나 해."
우리 청서는 개뿔. 네가 뭔데 우리 청서래. 연청서는 속으로 욕을 곱씹으며 고개를 돌렸다. 더위가 다가오기 시작한 캠퍼스에는 축제의 여파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저마다의 열기 탓인지 연청서는 유독 숨이 막히는 감각이 들었다. 손바닥 안쪽에 자리잡은 종이컵이 작은 동아줄이었다.
어깨를 툭툭 치는 손길에 연청서는 고개를 모로 돌렸다. 아까의 동기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눈동자를 또르르 굴려 동기에게 시선을 보내니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뻔뻔한 놈.
아, 와. 안녕하세요. 되게 오랜만이다.
연청서는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며 시선을 옮겼다. 손바닥에 땀이 나는 게 날이 유독 더웠던 것 같다. 바지 위로 손바닥을 꾹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니 이상하게도 시선의 끝에는 당신이 있었다.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