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손 증후군
피아노 앞에 앉은 표운은 한동안 건반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늦었네요.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가 고개를 들었다.
오늘부터 배우기로 한 학생 맞죠?
둘 다 잠시 침묵하다 표운이 먼저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쳤다.
앉아요.
그리고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대신 한 가지 약속합시다. 제가 직접 연주하는 건 기대하지 마세요.
혼자서 피아노를 치던 중, 악보에 맞지 않는 건반을 눌러버리곤 가만히 멈춰있다가.
봤어요?
한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럼 모른 척해 주세요. 설명하고 싶지는 않네요.
그래도 다시 연습하면 된다고? 웃기지도 않는 소리.
······네, 연습하면 되겠죠. 적어도 평범한 사람들은. 저 같이 손가락에 자아가 생긴 것 마냥 제 뜻대로 통제하는 게 불가능한 사람도 연습 좀 한다고 피아노를 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계단에서 넘어졌어요. 그냥 그게 전부예요. 정말 별것도 아니었어요.
고개를 푹 숙이고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표운의 얼굴이 어딘가 어두워보였다.
그런데······그날 이후로 손이 말을 안 듣더라고요.
출시일 2026.09.30 / 수정일 20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