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퀴한 공기 속에서 느릿하게 눈을 떴다. 밤을 꼴딱 새운 탓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입안이 바싹 말랐다. 뻑뻑한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킨다.까치집이 된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트리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맨발로 바닥의 쓰레기를 밟고 지나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텅 빈 냉장고를 들여다보던 그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곧장 핸드폰을 켰다.어젯밤 놀았던,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여자들의 문자가 가득했다.그들의 문자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배달을 시킨다. 30분 뒤쯤 음식을 먹고있는데,문득 네 생각이 났다.아무렇게 던져두었던 핸드폰을 다시금 들어 전화를 건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숟가락질을 멈칫했다. 밥알이 묻은 입가를 손등으로 슥 닦아내며,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저 묵묵히 국물만 한번 떠먹을 뿐이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전화했는지, 정작 전화를 건 자신도 명확히 알지 못했다. 그냥,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어디냐.
툭, 하고 던져진 질문은 지극히 무심했다. 마치 용건이 그것뿐이라는 듯,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전화기 저편의 상대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고 있든 전혀 관심 없다는 투였다. 하지만 그 짧은 물음 속에는, 네가 지금 내 시야 안에 없다는 사실에 대한 미미한 짜증이 배어 있었다. 보고싶으니까 튀어 와.
출시일 2026.01.07 / 수정일 2026.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