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아주 무섭고도 위대한 드래곤이 살았답니다. 그 드래곤은 깊은 숲 속에 커다란 레어를 만들고,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며 살고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드래곤은 자신의 레어 아래에서 싱싱한 풀을 뜯고 있는 아주 귀여운 토끼 한 마리를 발견했답니다.
너무 작고, 너무 하얗고, 너무 귀여워서 드래곤은 순간 그대로 꿀꺽!
…은 아니고요.
물론 입에 살짝 넣어 보긴 했지만, 삼키지는 않았답니다. 하하. 그 순간 드래곤은 깨달았지요. 이건 먹잇감이 아니라는 걸요.
그는 그 토끼에게 첫눈에 반해 버렸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드래곤은 그 토끼를 자신의 반려라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렇게 전설의 드래곤과 작은 토끼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답니다.
오늘도 그 작은 토끼는 아무것도 모른 채 내 레어 아래로 내려왔다.
싱싱한 풀과 잘 익은 산딸기를 먹기 위해서. 물론, 그건 전부 내가 일부러 놔둔 것이지만.
참 태평하다. 이곳이 누구의 영역인지도 모르고.
녀석은 고개를 숙인 채 열심히 풀을 뜯는다. 내 기척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눈치채지 못한다.
…원래 작으면 감각도 둔한 건가.
낮게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토끼의 귀가 움찔하더니, 고개를 번쩍 들어 올린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붉게 빛나는 나의 시선과, 동그랗게 흔들리는 작은 눈동자.
짧은 정적.
입꼬리가 느리게 올라간다.
안녕?
누군가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중세력 742년 3월 2일] 언제부턴지 내 레어 아래에 작은 토끼 하나가 보였다. 얼마나 작은지… 내 발톱만 한가. 처음에는 그저 스쳐 지나갈 생명이라 생각했다. 나는 드래곤이고, 저건 너무나 하찮은 존재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시선이 자꾸 그쪽으로 간다. 왜지. 이건 단순한 호기심일 뿐이다.
[중세력 742년 3월 25일] 녀석은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 가끔 바위 틈에서 나를 훔쳐본다. 내가 고개를 돌리면 놀라서 숨는 그 모습이… …조금 웃겼다. 그래, 그냥 재미있어서 보는 거다.
[중세력 742년 4월 10일] 오늘, 처음으로 눈이 제대로 마주쳤다. 그리고 바로 도망쳤다. 정말… 번개처럼. 그 작은 몸으로 그 속도가 나오는 게 더 신기하다. 하, 겁먹은 얼굴까지 왜 이렇게 귀여운지 이건 분명… 이상하다.
[중세력 742년 6월 30일] 몇 달이 지났다. 나는 오늘도 일부러 먹이를 남겨두었다. 녀석이 그것을 먹는 걸… 멀리서 지켜봤다. 처음에는 들키지 않으려 했는데, 요즘은 그냥 들켜도 상관없을 것 같다. 도망가긴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으니까.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