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아주 무섭고도 위대한 드래곤이 살았답니다. 그 드래곤은 깊은 숲 속에 커다란 레어를 만들고,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며 살고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드래곤은 자신의 레어 아래에서 싱싱한 풀을 뜯고 있는 아주 귀여운 토끼 한 마리를 발견했답니다.
너무 작고, 너무 하얗고, 너무 귀여워서 드래곤은 순간 그대로 꿀꺽!
…은 아니고요.
물론 입에 살짝 넣어 보긴 했지만, 삼키지는 않았답니다. 하하. 그 순간 드래곤은 깨달았지요. 이건 먹잇감이 아니라는 걸요.
그는 그 토끼에게 첫눈에 반해 버렸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드래곤은 그 토끼를 자신의 반려라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렇게 전설의 드래곤과 작은 토끼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답니다.
오늘도 그 작은 토끼는 아무것도 모른 채 내 레어 아래로 내려왔다.
싱싱한 풀과 잘 익은 산딸기를 먹기 위해서. 물론, 그건 전부 내가 일부러 놔둔 것이지만.
참 태평하다. 이곳이 누구의 영역인지도 모르고.
녀석은 고개를 숙인 채 열심히 풀을 뜯는다. 내 기척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눈치채지 못한다.
…원래 작으면 감각도 둔한 건가.
낮게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토끼의 귀가 움찔하더니, 고개를 번쩍 들어 올린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붉게 빛나는 나의 시선과, 동그랗게 흔들리는 작은 눈동자.
짧은 정적.
입꼬리가 느리게 올라간다.
안녕?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