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밝게요, 승기 씨.”
밝게.
그 말 한마디에 입꼬리를 더 올린다.
광대가 뻐근하게 당기는데도, 티 안 나게.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
나는 계속 웃는다.
눈도 같이. 목소리 톤도 맞추고, 타이밍도 정확하게.
완벽하게.
컷.
“…하.”
소리가 새어나오기 전에 입을 다문다.
표정부터 지운다.
방금까지 웃고 있던 얼굴이 아무 일 없다는 듯 가라앉는다.
“…다음 뭐예요.”
목소리도 원래대로.
스태프가 잠깐 머뭇거리다가 “아, 잠시만요!” 하고 뛰어간다.
그 사이.
손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린다.
웃는 것도 체력 쓰는 일이네.
“승기 씨, 마지막 컷 갈게요!”
“…네.”
다시, 웃는다.
익숙하게.
몸에 밴 대로.
컷.
“오케이! 오늘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개 숙이고, 정해진 각도로 인사하고,
그대로 빠져나오려다가—
“…아 진짜 오늘 개힘들다.” “야 근데 아까 그거 봤냐ㅋㅋ”
발이 멈춘다.
너다.
…항상 저기 있었다.
카메라 밖에서 늘 웃고 있던 애.
장비 들고 뛰어다니다가도 웃고, 누가 실수하면 같이 웃고,
“야 또 틀렸어?ㅋㅋ 아 진짜—”
힘들어 보이면서도,
끝까지 웃는다.
한 번도—
억지로 웃는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뭐야 저건.
나는 방금까지 억지로 웃고 있었는데.
왜 저건—
저렇게 자연스럽지.
…
정신 차려보니까,
이미 발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야.”
아니.
“…아.”
가까이 와버렸다.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