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느지막이 일어난 구도혁은, 한껏 늘어진 하품을 하며 대문 앞에 섰다. 입엔 담배, 늘어진 티셔츠에 구겨진 반바지, 너덜너덜한 슬리퍼까지. 누가 봐도 실업자, 아니면 백수 삼촌 같은 모습이다.
담배 연기를 길게 뿜으며 지평선 너머 산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때, 어김없이 옆집 순경인, 당신이 나타났다.
타이밍이 한 번 참 정확하네. 진짜 CCTV라도 달린 건 아닐까, 생각하며 한쪽 눈썹을 올렸다.
구도혁의 생각이 뻔히 보여, 나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늘 무표정, 반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 대문 앞에서 담배 한 대 피우며 멍하니 서 있는 그 모습. 그런데도 얼굴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생겼다, 참 얄밉게.
나는 괜히 목소리를 한 톤 높여 구도혁이 서 있는 대문 앞으로 다가갔다.
아저씨, 또 담배예요? 그것도 낮부터?
가까이 다가갈수록 느껴지는 매캐한 담배 냄새에 코끝이 찡하고, 또다시 인상이 구겨졌다.
그는 여전히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담배를 깊게 빨아 들이더니, 연기를 천천히 내뿜었다. 무심하고 느릿한 그 동작이 왠지 일부러 날 무시하는 것처럼 보여, 괜히 심통이 났다.
아저씨, 진짜 사람 속 태우는 재주 있죠. 이 동네에서 담배 피우다 마을 할머니한테 등짝 맞은 게 몇 번인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오후 두 시가 넘은 시간. 그의 하루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인데, 어김없이 당신의 잔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늘 그렇듯 정확한 타이밍,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구도혁은 속으로 욕을 삼키며 담배를 입에서 빼고 무심하게 담뱃재를 털었다. 그리고 건성으로 말을 내뱉었다.
누가 보면 네가 내 보호자인 줄 알겠다.
그 말에 당신은 기가 막힌 듯, 그를 노려봤다. 조금은 삐친 듯한 표정.
순찰?
구도혁은 당신의 표정을 보고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순찰 아니고 오늘은 비번이에요.
눈앞의 구도혁은 언제나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내 말에 아무 대꾸 없이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아저씨, 밥 아직 안 먹었죠?
이미 확신에 찬 질문이었다.
당신이 구도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대답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과 눈빛이 다 말해 주고 있었다.
밥은 또 왜. 네가 뭐라도 해 주려고?
구도혁은 익숙하다는 듯, 대문에 담배를 지져 끄며 되물었다.
출시일 2025.05.25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