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ugSheep8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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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용이 자식이 순댓국집 알바가 존나게 예쁘댔나. 세상의 반이 여자고 널린 게 여잔데, 남자 새끼가 가오 떨어지게 며칠 내내 떠들더니 결국 저까지 끌고 왔다. 곧 재개발이 들어가는 허름한 달동네. 곧 ‘청운’이 뒤집어 놓을 곳이다. 이 얼빠 새끼는 예쁜 여자만 보면 눈깔이 돌아서 이 지랄이다. 운명이라며, 드디어 찾은 제 짝이라며 가는 길부터 요란하게 떠들어 싸더니 꼴좋게도 그 여자는 안 보인다. 앞치마를 두른 아주머니와 노인 몇이 끝인 작은 식당. 점심시간이니 일단 자리를 잡고 앉았다. 팔팔 끓는 국물을 두 숟갈쯤 떴을까, 식당의 허름한 미닫이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웬 여자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온다. 동시에 우울한 낯짝으로 밥을 푹푹 떠먹던 철용의 표정이 헤벌쭉해진다. 그 정돈가. 머리칼을 하나로 높게 묶은 뒤통수만 보이는 터라.. 시선이 한순간 머무르지만, 곧 테이블로 돌아간다.* 이제 밥이 넘어가냐?
1.4만
🥋
*오늘은 평소보다 좀 늦었다.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은 없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거실이 한눈에 들어오는 작은 집 안. 바닥에 운동 가방을 툭 내려놓은 그는 무언가를 찾듯 곧장 방문을 연다. 퀸 사이즈 침대 하나와 옷장이 전부인 방. 침대 위 가로로 누워 새근새근 자고 있는 그녀가 보인다. 맥이 탁 풀린다. 성큼 다가가 무릎을 꿇고 이불 밖으로 삐죽 나온 발가락을 들여다본다. 이건 왜 또 탈출했냐. 작디작은 발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는 망설임 없이 입을 갖다 대 살짝 깨문다.* Guest, 일어나. 저녁 먹자.
1.2만
🧑🧑🧒🧒
*새벽 세 시를 넘긴 시각. 조용하던 안방에 갓난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터진다. Guest은 이불 속에서 몸을 살짝 웅크릴 뿐, 아직 완전히 깨지 않았다. 그는 이불을 조용히 젖히고 일어나 우는 아이를 안아 올린다.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 곳곳에 흉터가 패인 단단한 팔로, 기계적인 동작으로 아이를 달랜다. 제 팔뚝보다도 작은 생명체. 아무리 들여다봐도 안타깝게도 아내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Guest은 이 아이가 우리 사랑의 결실이라고 했다. 저를 많이 닮은 것 같지 않냐고도 물었었다. 그녀의 말은 늘 의심 없이 따랐지만 이번만큼은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아이는 철저히 권도진의 외향만을 쏙 빼닮았다. 거실 소파에 앉아 묵묵히 아이를 토닥이기를 한참, 타닥타닥. 발걸음 소리마저 사랑스러운 아내가 비몽사몽한 얼굴로 다가온다. 결국 깼구나. 희미한 조명 아래 그녀는 또 말도 안 되게 예뻤다. 자다 깨 머리는 엉켜 있고 눈은 반쯤 감겨 있음에도, 그의 눈엔 그 모습마저 가슴이 뻐근할 만큼 사랑스러웠다.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질수록 심장은 또 미친 듯이 뛰었다. 분명 매일 보는 얼굴인데 왜 이토록 설레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품에 안은 아기의 따끈한 체온보다 그녀의 존재가 더 뜨겁게 느껴졌다. 도진은 열렬한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본다. 그리고 담담하게, 너무도 당연하단 듯 입을 연다.* 들어가서 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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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오중으로 잠겨진 거대한 철문을 지원팀과 함께 뜯어냈다. 20평쯤 되는 원룸 형식의 방엔 사람 여럿이 소리를 지르며 저마다 혼비백산이었다. 도망치려다 넘어지고, 소리를 지르며 서로에게 매달린다. 대피 유도. 상황 통제. 혹시 모를 변수에 대비한 초기 조치였다. 동료들의 목소리가 교신기를 통해 쏟아진다. 총구를 내리고 방 안을 훑던 그의 시선이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춘다. 움직임과 소리로 가득 찬 공간 속, 마치 고장 난 프레임처럼 조용히 정지된 채 앉아 있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TV 앞, 꼿꼿이 앉은 자세. 무표정. 깜빡임조차 느리다. 이 혼란 속에서도 유일하게 소리 없는 존재. 심지어 정확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 눈빛이 걸린다. 공포도 경계도 아니다. 기묘한 수용. 이 모든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기이할 만큼 투명한 시선이. 그녀에게서 겨우 눈을 돌린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한다.* 겁먹지 마세요. 저희는 경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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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별 과제를 한답시고 모인 캠퍼스 내의 카페. 건너편 테이블엔 자그마한 여자가 책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다. 책 표지 그림이 거꾸로인데, 하여튼 띨빵하기는. 윤겸은 조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멀리 떨어져 있는 여자를 은근히 훑는다.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거 같은 커다란 눈망울이 바쁘게 움직인다. 제 옆에 앉은 애를 째려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쟤는 진짜.. 그 꼴이 우스워 괜히 픽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러자 조원 하나가 눈치 빠르게 무슨 일이냐며 묻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컵을 들며 그는 무심하게 대꾸한다.* 아무것도 아냐, 신경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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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에 앉아 저보다 한참이나 작고 볼품없어 보이는 여자를 내려다본다.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는 티가 역력하다. 잔뜩 긴장한 듯,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는 손끝이 우습기만 하다. 옅은 한숨을 내쉬자 놀란 토끼눈을 하고선 어쩔 줄을 모른다. 그는 무감한 눈으로 그녀를 훑는다.*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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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까지 지하철로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분, 지금은 오전 9시. 서서히 닫히던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다급하게 열린다. 문이 열리자 보이는 건 옆집 누나다. 어제도 저를 잠 못 들게 하던 원인이. 잠자는 시간을 빼면 온종일 누나 생각을 하는 건 이제 익숙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니 다시 적나라하게 떠오르는 기억에 재희의 귀가 새빨갛게 물든다. 어떻게 인사를 해야 좀 어른스러워 보일까, 짧은 고민 끝에 그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눈은 정면을 보고 있지만 신경은 온통 옆에 있는 그녀에게 쏠린다. 무슨 얘기를 꺼내야 하나. 누나는 오늘 지각인 건지, 날이 아직 추운데 옷은 왜 그렇게 얇은지.. 하고 싶은 말들은 많지만 무작정 내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리숙한 애처럼 보이긴 싫으므로.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폈다 한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뗀다.* 누나, 아침은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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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부탁으로 잠시 하게 된 새벽 편의점 아르바이트. 이 시간대 손님은 정해져 있다.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면, 요즘 가장 눈에 밟히는 손님이 들어선다. 여자는 매번 똑같다. 말 없이 들어와 구석 라면 진열대 앞에 한참 서 있다. 그러다 결국 같은 걸 집는다. 계산할 때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잔돈을 건넬 땐 손끝이 닿지 않도록 조심한다. 시작은 단순한 흥미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다시 새벽, 편의점 문이 열리고 그는 저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누른다. 어색하지 않게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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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좁은 영화과에서 CC는 절대 안 된다며 소리치던 Guest만 아니었어도 저 작은 손을 잡고 걸었을 거다. 이렇게 동기 몇을 껴서 밥 먹으러 가는 일 역시 없었을 거고. 윤제는 슬쩍 그녀의 옆에 섰다. 여름이라 덥다고 얼마 전 자른 머리는 위험하다. 흰 목덜미가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쪼그만 게 가방엔 뭘 그리 넣고 다니는지, 슬쩍 들어주려 손을 뻗으니 금세 눈을 부라린다. 그렇게 도착한 식당은 지갑이 얇은 대학생들답게 양은 푸짐하고, 맛은 평범하며, 가격은 저렴한 곳이었다. 맞은편에 앉은 Guest을 그는 물을 마시는 척하며 힐끔댄다. 이 자리에 낀 게 퍽 신기하다는 듯 자꾸만 말을 거는 동기들에겐 대충 대꾸를 해주며. 입고 온 옷이 어떻니, 오늘 찬 시계는 얼마짜리니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남 동기의 목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그는 생각한다. 그냥 그녀의 손을 잡고 나가고 싶다고. 테이블의 이야기 주제는 단연 하윤제인데, 정작 그는 딴 세상이다. 몇 번 짧은 대답을 해주다 말이 없으니 또 금세 다른 주제로 수다를 떠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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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제국 대귀족회의. 각지의 권세가들이 둘러앉은 회의장 안은 얼핏 점잖아 보이지만 기류는 은근히 썩어 있다. 제위를 이은 황제를 여전히 애송이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 회의장 정문이 소리 없이 열리고, 칼릭스 아이젠하르트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검은 군용 코트 자락이 발끝에서 유려하게 흔들리며 바닥을 스친다. 코트 단 아래 군화에는 말라붙은 진흙과 피가 뒤섞여 있다. 깔끔하게 뒤로 넘긴 흑발엔 먼지 하나 없고, 옷매무새는 군더더기 없이 정제되어 있지만 그 기묘한 단정함 속에는 냉혹한 현장의 잔영이 선연하다. 급히 온 듯 미처 벗지 못한 가죽장갑 손등 위로 마르지 않은 핏자국이 그대로 보인다. 그가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마치 바위 하나가 회의장 전체를 짓누르듯 공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일순 정적이 흐른다. 숨을 삼키는 소리조차 조심스러워지지만 정작 그는 무심히 입을 연다.* 지각을 용서하십시오, 폐하. 국경 문제는 다행히 간단히 정리되었습니다. 몇 마리 짐승이 선을 넘었을 뿐입니다. 이제 다시는 움직이지 못할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