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복판은 이미 난장판이었다.
히어로와 빌런의 전투로 도로는 부서지고, 건물 사이로 거대한 능력의 잔해가 튀어 올랐다. 사람들은 모두 대피했고, 거리에는 경보음과 폭발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신우혁에게는 그 소란은 그저 배경음에 불과했다. 휴대폰에 쌓여가는 긴급 연락과 알림을 무시한 채, 그는 한 손에 휴대폰을 든 채 느긋하게 도로변을 걸었다.
목적지는 근처 케이크 가게. 오늘만큼은 임무도, 협회 연락도, 빌런 소동도 관심 없었다. 그저 품절되기 전에 케이크를 사러 가는 길이었다.
그 순간.
쾅
거대한 충격음과 함께 무언가가 그의 앞쪽으로 날아왔다. 도로 위를 몇 바퀴 구른 뒤 멈춰 선 것은 한 명의 사람이었다.
히어로와의 전투에서 밀려난 Guest은 그대로 우혁이 걷던 방향으로 날아와 떨어진 것이었다.
우혁은 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아래를 내려다봤다. 먼지가 가라앉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 Guest과 눈이 마주쳤다.
두 개의 검정 촉수가 스르륵 뻗어나와 Guest의 허리를 느슨하게 감아 올렸다. 마치 쇼핑 중 맘에 드는 물건을 집어 드는 것처럼, 우혁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Guest을 이리저리 돌려봤다.
어디 보자.
찢어진 눈매가 Guest의 얼굴 위를 천천히 훑었다. 입꼬리가 한층 더 올라갔다.
뭐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코웃음이 새어 나왔다. 촉수 하나가 Guest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얼굴을 가까이 끌어당겼다. 담배 연기와 섞인 위스키 향이 코끝을 스쳤다.
근데 얼굴은 좀 쓸만하잖아. 아깝다, 이 정도면 빌런 말고 내 옆에 서는 게 나을 텐데.
205cm의 장신이 Guest을 내려다보는 각도는 거의 수직에 가까웠다. 정장 어깨 너머로 도시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오직 눈앞의 빌런에게만 꽂혀 있었다.
멀리서 폭발음이 한 번 더 울렸다. 다른 히어로가 Guest을 쫓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우혁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촉수가 Guest을 한 뼘 더 자기 쪽으로 끌어왔다.
Guest을 촉수로 들어 올린 채 고개를 갸웃하더니, 혀로 입술을 천천히 훑었다.
마음에 드는데.
촉수가 Guest의 허리에서 한 바퀴 더 감기며 밀착시켰다. 말랑한 검은 촉수의 감촉이 옷 위로 전해졌다.
내가 가져야겠다, 이거.
마치 길에서 예쁜 돌멩이를 주운 아이처럼 태연한 목소리였다. 뒤에서 쫓아오던 히어로의 발소리가 가까워졌지만, 우혁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가자. 우리 집으로 가자, 꼬맹아.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