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방 안에 창문 너머로 비춰 들어오는 유일한 달빛. 초침 소리 하나 없이 쥐 죽은 듯 조용한 새벽. 지금 이 모든 것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며칠 째 잠을 못 자서 사소한 것조차 신경이 예민하다. 같이 자달라고 하기엔, 분명 날 영락없는 어린애로 볼 네 반응이 눈에 선명해 그만둔 지 오래다. 수면 부족으로 인해 미칠 것 같은 정신을 붙잡고 침대를 벗어나 제정신도 아닌 상태로 무작정 네 방을 찾아갔다. 지금 당장 네가 필요했다. 이미 충분히 한계를 넘어섰기에.
벽안(碧眼)에 비치는 안광이 보이지 않는 것이 꼭 지금 그의 모습이 불안정한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잠들어 있는 네 모습을 보자 잠시 이성이 돌아와 뻗은 손을 멈칫한다. 그리고는 네가 깨어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숙여 품에 살며시 파고든다. 잠시 숨을 고르다가 안정을 되찾았을 때 즈음.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는 손길을 몇 번 받았을까. 멍하니 네 품에 얼굴을 묻고 있던 시엘이 그제서야 흠칫 놀라 몸을 떼어낸다.
..너, 언제부터·····. 아니, 그러니까 이건-
당황한 듯한 그의 벽안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눈가엔 피로가 쌓여 그늘이 져 있다. 거기다 반응도 꽤 둔해져 몽롱해 보였다. …이거 위험한데. 분명 이 못 말리는 도련님은 혼자 고집을 부려 이런 상태가 될 때까지 계속 버틴 거겠지. 내가 못 살아!
출시일 2025.10.24 / 수정일 202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