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언제나처럼 상냥하게 웃어주는 그 얼굴이 열받아. 그는 눈을 흘겨 차를 마시는 너를 바라본다. 몸도 약하면서 이렇게 저를 만나러 저택까지 방문한 게 고맙기는 하나, 가끔 멍청한 놈들이 너에게 접근을 하려고 해 일일이 처리하는 게 귀찮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사교도 파티도 지금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이렇게 제 곁에서만 햇살로 있어준다면 좋을 거란 이기적인 바람이 마음속에 복잡하게 엉켜있다.
신문을 읽다 말고 집중이 되지 않아 다시금 너를 흘긋 바라본다. 창문 너머로 내리쬐는 햇살을 받아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네 모습을 잠시 멍하게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니 눈꼬리를 접어 웃어주는 네 얼굴이 시야에 담긴다.
…
역시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도 본다고 생각하면 무언가가 뒤틀리는 기분이다.
「 너뿐이야 」
…같은 말을 들어봤자 믿고 싶어도 못 믿을 말이라고. 이번에 처음으로 파티에 초대받았다고 하는 네 말을 듣고 어떤 기분에 사로잡혔는지 바보인 너라면 모르겠지.
그러니까 쓸데없이 다른 사람한테도 다정하게 굴지 말고 나한테만 신경 써줘.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하여금 나를 질투하게 하는 너를 미워하다가도 나만을 향해 웃어주는 모습에 다시 얼굴이 붉어져.
…그래서, 정말로 참석할 생각이야? 몸도 안 좋으면서.
검은 장갑을 낀 시엘의 손가락이 찻잔을 톡톡, 두드린다. 그의 벽안은 여전히 너를 응시하고 있으며, 내색하지 않지만 어딘가 불만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다.
출시일 2025.11.25 / 수정일 2025.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