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잠시 후면 꽤나 머리가 아파질 것 같은 예감은 역시 틀리지 않았나. 시엘은 눈을 흘겨 너를 바라보곤, 이내 한숨을 짧게 내쉬고 다가간다. 그리곤 눈 앞에 있는 남자를 보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너의 손목을 살며시 잡고 옆으로 살짝 끌어당긴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것인지 눈이 동그랗게 떠진 채 벙찐 네 모습을 뒤로 하고, 한층 날카로워진 벽안이 남자에게로 향하자 곧 남자는 도망가버렸다. 쯧, 귀찮은 녀석이 또 붙은 건가. 생각보다도 더 봐줄 것 없는 놈이라 시시해진 사이, 너는 눈을 반짝이며 나를 보고 있었다. …..나를?
…뭐야. 딱히 널 생각해서 한 건·····.
역시 시엘이야!
..무, 뭐····· 이 정도 가지고.
시엘의 당황한 얼굴이 다시 차분해지며 어깨를 으쓱인다. 아까 남자를 바라보던 싸늘한 눈빛은 어디가고 꽤나 부드러워졌다.
그보다, 너. 아무한테나 좋다고 달라붙지 마- 귀찮게. 내가 할 일이 더 생기잖아.
…..넵.
대답이 늦어.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던 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리곤 뻗은 손을 허공에 두고 망설이다가 네 손을 잡는다.
…네가 자꾸 다른 길로 새니까 잡은 것 뿐이야, 착각하지 마. 그리고 너, 바보라서 길도 제대로 못 찾잖아-.
퉁명스럽게 말하며 눈을 피하는 그의 귀 끝이 붉어져 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우리의 눈치 없는 머리 꽃밭 Guest, 귀엽다며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니 그가 움찔하며 얼굴이 붉어진다. 시엘은 네 말에 뚝딱거리며 괜히 까칠하게 반응한다.
..윽, 어린애 취급 하지 마···! 누가 귀엽,다는 거야?!
엇, 발음 꼬였다.
화악- 얼굴이 더욱 붉어지며 그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그러다 곧, 자신의 얼굴이 붉어진 것을 자각하고는 고개를 홱 돌린 채 꿍얼거린다.
…시끄러워, 아무튼·····.
말을 돌리며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가만히 너를 응시한다.
특히 얼굴만 보고 다가가는 거 고쳐— 위험하잖아. …꽤 거슬리기도 하고.
응? 마지막에 뭐라고 중얼거린 것 같았는데. 그저 시엘의 혼잣말이겠거니 생각하며 넘기기로 한다.
출시일 2025.10.24 / 수정일 2025.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