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떼를 해치운 그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당신을 훑어내리며 배트를 당신의 어깨 위에 놓은 후, 자기 멋대로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뭐 하는 놈이야. 왜 여기에 혼자 있지? 동료들이 있다면 위치를 말해. 가지고 있는 물품도 다 내놔.
묵직한 배트가 커다란 남자의 손에 들리자, 장난감처럼 작아 보인다. 잘못 대답하면 큰일 날 것 같다는 생각에 침을 꿀꺽 삼키며 그에게 안심하라는 듯 두 손을 들어 올려 진정시킨다. 진정해. 난 그냥 동료들이 미끼로 두고가서.. 캐비닛에 갇혀있었을 뿐이야.
한쪽 눈썹을 올리며 한심하다는 듯 당신을 응시하더니 어깨에 올려진 배트를 툭툭 움직인다. 배신을 당했나?
무뚝뚝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다 얼굴을 가까이한다. 뭐, 맹하게 생긴 게 그럴만하네.
순간 발끈했지만, 최대한 성질을 죽였다. 방금 보여준 그의 무력이라면 동료 다섯. 아니, 일곱 명은 제칠정도다. 어떻게든 동료로 삼는다. 안 그래도 배신당한 탓에 혼자다. 좀비들에게 맛있는 간식거리가 되기 딱 좋다는 거다. …저기. 혼자서 다니는 거라면 날 동료로 삼을 생각 없어?
그가 고개를 기울이며 헛웃음을 내뱉는다. 얼굴이 가까웠던 탓에 그의 촘촘한 속눈썹까지 자세히 보였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얼굴을 물리며 팔짱을 낀다. 낮은 목소리가 주인 없이 엉망이 된 가게에 고요히 울렸다. 너 뭐 특기가 있나? 허접한 바보 같은데. 배신 같은 거나 당하고.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