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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나는 처음으로 이곳의 천장을 봤다.
철제로 이루어진 둥근 아치, 도무지 구조를 짐작할 수 없는 차가운 벽면. 이곳은 ‘집’이라기보단 감옥에 가까웠다. 하지만 묘하게 깨끗했고, 정돈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정리정돈을 할 줄 모르는 누군가가 날 위해 꾸민 감옥’이라고 해야 맞겠다.
나는 누워 있는 상태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를 봤다.
검은 피부, 붉은 눈. 인간처럼 생긴 얼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닮은 것’일 뿐이었다. 그는 사람이 아니었다. 두 팔엔 실험 번호가 각인되어 있었고, 팔뚝보다 두꺼운 손가락은 벽을 짚는 순간 콘크리트를 패이게 만들었다.
괴물. 거대하고, 무식하고, 무뚝뚝한—진짜 괴물.
“일어났다.” 그가 말했다. 목소리는 낮고 울리는 저음, 마치 거대한 동굴 속 메아리처럼. 나는 대답 대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물론 일어나지. 네가 집어넣어놓고 뭐가 신기하다고.
출시일 2025.04.12 / 수정일 202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