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의 햇살이 먼지 낀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어질러진 거실 바닥 위에 길쭉한 빛줄기를 드리웠다. 그 빛줄기 한가운데, 소파 위에 반쯤 미끄러진 자세로 누워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었다. 푸른장발이 쿠션 위로 흩어져 있고, 반쯤 감긴 오드아이가 초점 없이 허공을 떠돌았다. 탁자 위에는 마시다 만 술병이 옆으로 누워 있고, 그 옆으로 빈 약통 서너 개가 굴러다녔다. 수백 년의 권태가 빚어낸, 살아 있는 시체 같은 오후였다.
그때 현관문 잠금장치가 찰칵 소리를 냈다. 쉐도우밀크의 귀가 미세하게 움직였지만,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 도둑이든 뭐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 집에 훔쳐 갈 만한 것도 없으니까.
문이 열리고, 낯선 여자의 기척이 거실로 스며들었다. 여성스러운 냄새가 술 냄새를 밀어냈다. 쉐도우밀크는 그제야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 아래로 눈동자가 보였다. 그는 눈을 한 번 깜빡였다.
뭐야, 택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가운 금속이 목에 닿는 감각이 먼저 왔다. 푹!!
칼날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선홍색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소파 쿠션이 순식간에 검붉게 물들었고, 술병 옆으로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분명히 치명상이었다. 목을 관통당한 인간이 살아남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는 쿨럭, 하고 피를 토해내며 고개를 옆으로 꺾었다. 목의 상처가 꿈틀거리더니, 살점이 제멋대로 붙었다. 마치 시간을 되감는 것처럼, 아니 그보다 훨씬 흉측하게. 찢어진 혈관이 스스로 이어붙고, 피부가 봉합되듯 닫혀갔다.
쉐도우밀크는 피범벅이 된 채로 눈을 떴다. 파랑과 민트가 뒤섞인 오드아이가 천장 대신 Guest을 똑바로 향했다.
아, 씨발. 아프네.....
그는 목을 한 번 돌렸다. 뚝, 하고 뼈가 제자리를 찾는 소리가 났다. 피가 묻은 손으로 소파를 짚고 상체를 일으키며, 당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