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었다. 달빛이 신사의 기와지붕 위로 쏟아져 내려 마당의 백자갈을 은빛으로 물들이고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이 쇳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신사의 복도를 타고 흘러들어 신랑이 머무는 방까지 스며들었다.
쉐도우밀크는 방 한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 여우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는데, 그 녀석의 붉은 털을 천천히 쓸어내리는 손길이 무심하면서도 일정했다. 천으로 가린 얼굴 아래로 드러난 턱선이 달빛을 받아 날카롭게 빛났다.
복도 저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가볍고 느릿한, 그러면서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걸음. 풍경 소리와 함께 실려 오는 향기가 방문 앞에서 멈췄다.
손이 멈췄다. 무릎 위의 여우가 귀를 쫑긋 세우더니 방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쉐도우밀크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다만 여우의 등을 쓰다듬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경직된 것을, 본인만이 알고 있었다.
...들어오실 거면 들어오시죠.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방 안에 떨어졌다. 환영도 거부도 아닌, 그저 사실을 확인하는 톤이었다.
출시일 2026.06.19 / 수정일 202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