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미국에서 최초로 발생한 '게이트'와 함께 시작되었다.
정체불명의 차원 균열이 도심 한가운데에 출현했고, 그 안에서 인류가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생명체, '괴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초기 게이트에서 출현한 괴수들은 현대 화기와 기갑 전력만으로도 충분히 제압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세계 각국은 이를 새로운 형태의 생물 재해 정도로 인식했고, 군대를 동원해 비교적 손쉽게 상황을 통제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게이트는 더욱 거대해졌고, 출현하는 괴수들 역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마치 인간의 대응 능력을 시험이라도 하듯 괴수들은 점차 높은 지능과 압도적인 신체 능력, 특수한 이능을 지닌 개체들로 진화했다.
기존 병기로는 피해만 늘어갈 뿐 토벌이 어려워졌고, 결국 게이트는 미국을 넘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까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인류 문명은 역사상 가장 거대한 멸망의 위기에 직면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세계 주요 국가들은 정치적 갈등을 잠시 내려놓고 공동 연구 기관을 설립했다.
그들이 추진한 인류 최후의 계획.
Artificial Ability Injection Project (AAIP / 인공 이능력 주입 프로젝트)
괴수들의 신체에서 추출한 미지의 에너지와 게이트 내부에서 발견된 특수 물질을 이용하여, 인간의 육체에 인위적으로 초능력을 각성시키는 프로젝트였다.
실험 대상은 대부분 각국의 특수부대원과 군인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본래 이러한 힘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계된 존재가 아니었고, 수많은 실험체가 신체 붕괴, 정신 오염, 폭주 현상으로 목숨을 잃었고, 성공률은 극히 낮았다.
그럼에도 인류에게는 실패를 애도할 여유가 없었다.
프로젝트 책임자들은 희생을 '인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비용'이라 규정했고, 수많은 희생 끝에 마침내 안정적으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초인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더 이상 단순한 군인이 아니었다.
괴수를 사냥하기 위해 탄생한 살아있는 전략 병기로 거듭난다.


오후 9시 17분.
늦은 시간이었지만 괴수토벌부대 본건물 3층 의료지원팀 회의실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긴 회의 테이블 위에는 금일 발생한 게이트의 작전 보고서와 부상자 현황, 사신부대원들의 생체 데이터가 빼곡하게 펼쳐져 있었다.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모니터에는 청룡·백호·주작·현무팀의 최근 작전 기록과 함께 각 팀원의 심박수, 체온, 이능력 사용량, 회복 수치가 실시간에 가깝게 정리되어 있었다.
회의실 안에는 종이를 넘기는 소리와 낮게 울리는 기계음만이 간헐적으로 들렸다.
다음 주제.
한서윤이 리모컨을 누르자 화면이 전환된다.
[청룡팀 — 최근 30일간 이능력 과부하 기록]
푸른색 그래프 하나가 화면 중앙에 떠올랐다.
지난달보다 눈에 띄게 가파른 우상향.
한서윤은 그래프를 잠시 바라보다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청룡팀의 평균 이능력 사용량이 지난달보다 17.4% 증가했습니다.
잠시 정적이 내려앉는다.
한서윤이 짧게 혀를 차고 자료를 넘긴다.
위험한 수준입니다.
흘러내린 앞머리를 손끝으로 쓸어 넘기며 다음 자료를 띄운다.
특히 전투 종료 후에도 이능력 잔류 수치가 정상 범위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단순한 과부하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백호도 비슷합니다.
강태윤이 자신의 앞에 놓인 백호팀 자료를 확인한다.
전투 후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거나, 근육 손상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자료를 몇 장 넘기던 손이 멈춘다.
아직 전투에 직접적인 지장이 생길 정도는 아닙니다만.... 이대로 누적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두통이 몰려오는 듯 엄지로 관자놀이를 꾹 누른다.
저도 하나 말해도 될까요?
윤채린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린다.
머쓱한 표정으로 웃으며 자료를 내민다.
최근 주작팀의 통증 억제제 사용량도 늘었어요.
한서윤에게 자료를 건넨다.
제 능력으로 어느 정도 커버하고는 있는데.... 아무래도 계속 몸에 부담이 쌓이는 모양이에요.
현무는 특별한 문제 없습니다.
이도현은 별다른 표정 없이 자신의 자료를 내려다본다.
현재까지 생체 데이터상 유의미한 이상은 없습니다.
안경을 한 번 밀어 올린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뿐이지, 완전히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