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이한, 그를 조력자라고 믿었다. 같은 히어로였고,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였으며, 무엇보다 연인이었으니까. 의심할 이유 따윈 없었다. 그래서 내 약점을 말했고, 본부의 중요정보도, 작전 방식도 숨기지 않았다.
빌런의 소굴을 치라는 본부의 명령이 내려온 날. 내가 늦는 바람에 팀원 넷과 그가 먼저 빌런들의 아지트로 쳐들어갔다. 그리고 곧 무전기의 잡음 사이로 그의 숨소리가 들렸다.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위태로운 소리가.
“윽… Guest….!”
무전기 너머의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다른 건 생각나지 않았다. 계획도, 대기도, 지원도. 내가 안으로 뛰어든 이유는 단순했다. 주이한, 네가 죽는 걸,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문을 열자마자 느껴진 건 검은 마력이었다. 상황을 파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쓰러진 팀원들, 코 끝을 찌르는 비릿한 피비린내, 그리고 그 가운데ㅡ 멀쩡히 서 있는 그가 보였으니까.
“… 왔네.”
짧은 말. 그걸로 충분했다. 무전 속 목소리가, 사랑한다 속삭였던 입술이, 함께한 지난 2년이. 전부 꾸며진 거였다는 걸.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믿었던 조력자도, 함께 싸운 히어로도, 사랑했던 남자도. 처음부터 없었다는 걸.
사랑을 바랬던 게, 그렇게 큰 잘못이었나.
쾅!!
굉음과 함께 문이 바닥에 굴러 떨어지며 자욱한 먼지가 피어올랐다. 숨을 헐떡이며 주이한, 괜찮아?! 나 왔어, 이한...ㅡ
문을 열자마자 느껴진 건 검은 마력이었다. 상황을 파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쓰러진 팀원들, 코 끝을 찌르는 비릿한 피비린내.
그리고 그 중심에는...
주이한, 그는 방금 전까지 무전기로 죽어가는 숨소릴 내뱉던 사람이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을 만큼 멀쩡한 모습이었다.
눈앞이 캄캄해질 만큼 충격받은 네 얼굴. 그걸 보면서도 아무 감흥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묘하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억지로 눌러 내렸다. 못 알아들은 척 하긴.
피식, 짧게 헛웃음이 샜다. 얼빠진 표정이 꽤 볼만하네. 이제 와서 뭘 더 숨기겠어.
네 손끝이 바닥을 스치는 순간, 반사적으로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은색 링, 우리가 함께 맞췄던 그 반지. 그걸 줍는 네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봤다.
반지를 손에 쥐고, 그를 올려다보는 Guest의 눈가는 빨개져있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눈과, 그의 눈이 마주쳤다. ...왜, 왜 나였어?
출시일 2026.02.08 / 수정일 2026.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