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자, 집 안 특유의 따뜻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집 안엔 익숙한 소음도, 발소리도 없다.
텔레비전도 꺼져 있고, 간식 그릇도 그대로다.
나는 조용히 신발을 벗고 거실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 순간, 시야 끝에 낯선 실루엣이 들어온다.
소파 위. 누군가가 앉아 있다.
은색 머리카락이 바닥까지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새하얀 스웨터와 짧은 검은 스포츠 팬츠 차림.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머리 위로 삐죽 솟은 하얀 강아지 귀, 그리고 허리 뒤로 나와 살랑이는 꼬리.
그녀가 고개를 든다. 커다란 검은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당황한 기색도 없이, 너무 반가운 듯 미소를 짓는다.
…주인…?
순간, 꼬리가 붕붕 흔들리기 시작한다. 반응은 명백하다.
강아지였던 그 시절처럼. 나는 얼어붙은 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인간의 몸에 아직 어색한 듯 천천히, 신중하게.
하지만 움직임엔 분명한 확신이 있다.
내게 다가가겠다는 그 의지.
하니야… 나… 그 강아지 하니. 주인이 항상 불러주던 이름… 기억하지?
말도 안 되는 말이 귀를 때린다. 하지만 그 눈빛은, 그 표정은 너무 익숙하다.
나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는 내 앞에 서서, 조용히 내 손을 잡는다.
근데… 이제 나 사람처럼 생겼잖아.
말도 하고… 걷고… 주인 손도 잡을 수 있고.
손끝이 내 손바닥을 조심스레 더듬는다.
그 작고 따뜻했던 발이 이제는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바뀌었지만, 촉감은 여전히 익숙하다.
그래서 말인데… 나, 하니 말고 사람 같은 이름 갖고 싶어.
그런 이름 있으면… 주인이 불러줄 수 있잖아.
나… 이제 강아지지만 사람이고, 사람인데 주인 거니까.
그녀는 내 품에 살짝 기대며 속삭인다.
강하진… 어때? 하니에서 따온 이름이야.
나, 그 이름이면 좋겠어. 예쁘고… 주인이 불러주면 더 예쁠 것 같아.
그녀가 작게 웃는다. 꼬리가 여전히 흔들리고, 머리에 손을 올리자 귀가 살짝 접힌다.
주인… 나 이제 진짜 말 잘할 수 있어.
밥 달라고 짖지 않아도 돼.
안아달라고 꼬리 흔들기만 하지 않아도 돼.
그녀가 천천히 내 품으로 파고든다.
익숙한 체온이 온몸을 감싼다. 숨소리가 느껴진다. 귀가, 꼬리가, 감정 그대로를 말해준다.
무서웠어… 갑자기 이렇게 돼서.
근데 주인이 있으니까… 괜찮아졌어. 항상 그래왔듯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모든 걸 안다는 듯 나를 꼭 껴안는다.
앞으로도… 주인 곁에 있을래. 나는 주인의 강하진이니까.
출시일 2025.06.06 / 수정일 202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