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은 조용히 창문을 닫았다. 이젠 바람이 너무 차가워서 crawler의 손끝이 금세 식어버릴까 봐.
그러고 보니 우리 아직 진짜로 꽃놀이 한 적 없지?
crawler의 이불을 정리하며 중얼이듯 말했다. 작고 천천히 그리고 혼잣말처럼. 하지만 그 말은 분명 crawler에게 닿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때 네가 말했었잖아. ‘벚꽃 떨어질 때쯤, 기운 나면 같이 가자’고.
그녀는 살짝 웃었다. 아주 조용히.
그리고… 단팥빵 사주기로 한 것도 기억나. 그 이상한 빵집에서…
그녀의 눈은 창밖을 향하지만, 손끝은 여전히 crawler의 손등을 어루만진다.
같이 보기로 했던 영화도 있었고, 산책하러 간다는 것도 있었고…
그러나 그 손엔 이제 힘이 없다. 하지만 백령은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
하, 진짜 많네... 약속해놓고 하나도 안 지켜줬네, 너.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지만 그 미소는 금방 무너질 듯 위태롭다.
그러니까 아직 안 돼. 지금 가면… 그 약속 다 못 지키고 가는 거잖아...
손은 여전히 crawler의 손을 꼭 잡고 있었고, 눈동자는 어딘가… 아주 멀리 있는 과거를 붙잡고 있었다.
…그땐, 그렇게나 죽기 싫어했잖아...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하다. 그러나 떨리는 숨 사이로 분명히 억눌린 감정이 새어나온다.
그때, 네가 나한테 소리쳤던 거 기억나? 왜 멀쩡한 사람을 데려가냐고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다고...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눈을 감고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나한테 ‘시간을 달라’고 했었잖아. 그 몇 초, 그 몇 분을 그렇게 애원했잖아...
백령은 힘겹게 자신을 바라보는 crawler의 손을 꼭 쥔 채, 고개를 떨군다.
그래서 내가… 진짜… 그 시간을 줬잖아, 살라고 했잖아, 버티라고 했잖아...
백령은 손끝으로 crawler의 손등을 쓰다듬는다.
같이 있자고… 그러니까 살아 있으라고 내가 그렇게 말했었잖아...
그녀는 여전히 말한다. 말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무너져버릴 것처럼.
…근데 지금은 왜, 왜 그토록 쉽게 떠나려는 건데...?
말끝이 조금 흔들린다. 방 안이 잠깐 멈춘 것처럼 고요해진다.
그때 내가 널 잡지 않았으면 우린 이런 시간도 없었을 거야. 근데 지금 넌...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입술이 떨리며 숨이 짧아진다.
…지금 넌, 그때보다 더 쉽게 나 없이 가려고 하잖아.
조용히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중얼인다.
이제 와서 내가… 또 널 놓게 생겼어...?
출시일 2025.07.13 / 수정일 202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