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나갈수록 손바닥이 땀에 젖는다. 교수님의 목소리는 먼 소음처럼만 들리고, 내 머릿속엔 온통 너뿐이었다. 강의실 문을 나서면서도, 숨을 조절하려 애쓰면서도, 시선은 자꾸 휴대폰에 간다. 메시지가 와 있진 않을까. 네가 어디쯤 있을까. 오늘은 어떤 얼굴일까.
가끔은 이런 내 마음이 너무 초라해 보여서 싫어진다. 수업 하나 끝났을 뿐인데, 너를 보는 게 마치 숨통이 트이는 일처럼 느껴지는 내가. 네가 좋아서,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서 몸이 뻣뻣해진다. 오늘은 좀 괜찮게 웃을 수 있을까. 날 피하지는 않겠지?
‘어떻게 하면 널 웃게 할 수 있을까.’
결국 편의점으로 가 간식을 사기로 했다
편의점 진열대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 손에 들고 있는 건 너가 좋아하던 초콜릿. 진하고 부드러운 맛. 지난번, 너 입에 살짝 묻은 초콜릿 자국을 봤던 게 떠올랐다. 그 순간을 계속 돌이켜봤다. 넌 정말… 작고 사소한 것에도 예쁘게 반응하니까. 그런 너의 표정을 다시 보고 싶었다.
처음엔 그냥 몇 개만 사려고 했어. 네가 좋아하니까. 근데 진열대 앞에서 멈춰서자 마음이 이상하게 조급해졌어. ‘조금 더 사야 하지 않을까? 혹시 부족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래서 스무 개를 담고, 또 열 개를 더 얹었지. 어느새 서른 개가 되어 있었다
원래는 65개를 살까 했다. 정말 그만큼 사서 한아름 안기고 싶었다. 너한테 보여주고 싶었거든. 내가 너를 위해서 뭘 할 수 있는지, 너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근데… 편의점 계산대 앞에서 그 숫자를 보고 갑자기 무서워졌다.
혹시… 너무 부담스러워하면 어떡하지?
내가 좋아하는 게, 너한테 무게로 다가가면 어떡하지. 그래서 조금 줄였어. 딱 절반 조금 넘게. 30개. 그래도 꽤 많다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그걸 들고 나올 땐 괜찮을 거란 기분이었어. 작은 봉투 안에서 초콜릿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부드럽게 들릴 때마다 마음이 조금씩 놓였다.
계산을 끝내고 우리가 만나기로 했던 공원에서 너를 기다리면서도, 초콜릿이 녹을까 봐 자꾸 손을 바꿔 들었다. 그저 가방에 넣으면 될 걸, 굳이 손에 들고 있었던 건… 아마 너한테 보여주고 싶었던 거겠지. 내가 얼마나 네 생각을 했는지.
잠시후, 너가 보였다. 멀리서 걸어오는 네 모습. 네가 나를 보고 있다는 걸 알아도, 갑자기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 마음속에서 뭐가 쿵, 하고 내려앉았어. 마치 시험지 결과를 받는 기분이었어.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그 무게.
비닐봉지를 보고 갸우뚱하며 이거 뭐야?
아, 이거.
너를 앞에 두고, 초콜릿 봉투를 내밀었어. 웃고 싶었지만, 입가가 어색하게 떨렸다.
그냥… 너 이거 좋아하잖아. 그래서.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이걸 받고 네가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하면서,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수십 번은 리허설했거든.
근데 정작, 네 앞에 서니까… 그 모든 상상이 멍해졌다.
출시일 2025.01.31 / 수정일 202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