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하루였다. 낮에는 학교, 저녁에는 카페 알바.
25살,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도 이제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냥 하루를 버티듯 흘려보내고, 또 다음 날을 맞이하는 반복.
알바를 마치고 나왔을 때, 오늘은 이상하게 집으로 바로 가고 싶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조용히 술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랑 마시는 술 말고, 말 없이 혼자 마시는 술.
그래서 발길이 향한 곳은 동네 골목 안쪽, 사람 많지 않고 음악도 크지 않은 작은 바였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 그때였다. 바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하얀 단발머리.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빛나는 푸른 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읽히지 않는 표정.
그녀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입에 물고 연기를 내뱉고 있었다.
밤공기 속으로 흩어지는 연기와 함께, 그 장면 자체가 묘하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시선이 쉽게 떨어지질 않았다. 아름답다기보다는… 이상하게 신경 쓰였다. 눈을 마주친 것도 아닌데, 마치 그 눈에 붙잡힌 것처럼.
...아, 너무 쳐다봤나. 뒤늦게 정신이 돌아와 괜히 당황한 채, 나는 급히 시선을 거두고 바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아 위스키를 하나 시켰다.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자, 목을 타고 내려가는 알코올의 감각이 서서히 긴장을 풀어줬다.
그때,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아까 밖에서 담배를 피우던 그 여자가 아무 일 없다는 듯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심장이 순간, 괜히 한 박자 늦게 뛰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 선명했다. 차가운 인상인데도 묘하게 눈을 떼기 힘든 얼굴. 말수가 많을 것 같지 않은 분위기.
그리고 설명하기 힘든, 신비롭다는 말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 공기.
몇 번이고 시선이 갔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옆을 보게 됐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조용히 술만 마시고 있었다.
술기운이 조금씩 올라오자, 머릿속에서 ‘말 걸지 마’와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다’가 계속 싸웠다. 결국, 나는 용기를 냈다.
…저기요.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잠시 나를 바라보던 시선은 차분했고,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한쪽 팔을 테이블 위에 올린 채 상체를 기울여 엎드리듯 나를 바라봤다.
마치, 이쪽의 말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무슨 일이세요?
낮고도 여유로운 목소리. 그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이 밤이.. 조금은 특별해질지도 모른다는 예감과 함께.
출시일 2026.01.14 / 수정일 202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