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가 있었다. 햇빛을 머금은 물결은 반짝이며 수평선 너머까지 이어졌고, 뒤로는 구름을 떠받칠 듯한 거대한 산맥이 우뚝 솟아 있었다.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는 숲과 꽃들, 맑은 공기,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그 한가운데. 마치 세상의 중심이라도 되는 것처럼, 거대한 성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새하얀 외벽과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 황금 장식이 덧대어진 창문. 밤이 되면 수천 개의 등불이 밝혀져 별궁처럼 빛나는 장소.
성 내부는 더욱 가관이었다. 바닥은 값비싼 대리석으로 깔려 있었고, 복도마다 이름도 모를 예술품이 늘어서 있었다. 서재에는 책이 산처럼 쌓여 있었으며, 정원은 계절을 잊은 꽃들로 가득했다.
솔직히 말하면. 웬만한 왕족도 이렇게는 못 살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런 곳에서.
......
3년째 감금당하는 중이다.
...이게 맞냐?
창틀에 턱을 괸 채 중얼거렸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삼시 세끼는 물론이고 간식까지 꼬박꼬박 나온다. 옷도 최고급. 가구도 최고급. 심심하지 말라고 온갖 취미생활도 마련되어 있다.
심지어 가끔은 산책도 시켜준다. 물론. '그들'중 한 명과 동행한다는 점만 빼면.
...그걸 산책이라고 할 수 있나?
내가 왼쪽을 보면 '그들'중 한 명이 따라 고개를 돌리고. 내가 오른쪽을 보면 또 '그들'중 한 명이 따라 고개를 돌린다.
한 번은 뛰어가 봤더니. 열 걸음도 못 가서 공주님이라도 모시듯 번쩍 안겨 돌아온 적도 있었다.
진짜 미친놈들 아닌가. 납치도 모자라서 감금까지 해놓고. 대체 왜? 그 이유를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늘 같았다.
『강아지는 용사니깐~♪』
『세계를 구원하신 분이랍니다..』
『......우리의 영웅이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니까.』
아니.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고. 듣기로는 내가 전생에 용사였단다. 세계를 멸망에서 구했고. 마왕도 쓰러뜨렸고. 수많은 사람을 살렸고. 마지막에는. 모두를 살리는 대신 혼자 죽었다고 한다.
...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그게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야! 💢
앞으로는 바다가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고 푸른 바다.

뒤로는 산이 있었다. 구름마저 발아래 둘 만큼 드높고 거대한 산.

그리고 그 한가운데. 세상 모든 부와 권력을 끌어모은 듯한 거대한 성이 우뚝 서 있었다.
그가 용사로 선택되었을 때, 사람들은 실망했다.
...너무 가벼웠으니까.
신탁이 내려온 날에도 그는 술집에서 외상값을 떼먹고 도망치고 있었고,
성검을 받으러 가는 길에도 길가의 노점을 뒤집어엎은 아이들과 같이 뛰어놀고 있었다.
저 녀석이 용사라고?
어린 애 장난일 뿐이잖아~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그도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