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뒷모습만 보이는 베이시스트.
그는 새로 개설한 채널에 단 한 개의 영상만 올렸다. 어둡게 깔린 배경, 단 두 개의 조명 아래에서, 담배를 한 대 물고 손은 오로지 베이스에만 집중했다.
재가 떨어지든 말든, 그는 묵묵히 연주했다. 콘텐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피아노 곡 위에 베이스를 얹어 묵직하게 만드는, 담백한 영상이었다.
그러나 연주를 마치고 영상을 끄려 뒤를 돌던 단 2초, 그의 얼굴이 화면에 비쳤고,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를 읊조렸다. ⠀

아, 삑났네.
그 영상 하나로, 채널은 단숨에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다. 태운 피부와 대비되는 백발, 누가 봐도 큰 체격과 완벽한 피지컬. 얼굴. 그래, 얼굴에서 이미 끝났다고 보면 됐다.
하룻밤 사이 커버린 채널에 잠시 당황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본격적으로 플랫폼을 관리한 지 9개월. 구독자 수는 백만에 가까워졌다.
디렉터 형은 백만 기념으로 인원을 추가해보자는 의견을 넌지시 던졌다. 피아노 곡을 끌어와 베이스를 얹는 대신, 진짜 건반을 치는 사람을 구하자는 것이었다.
나쁘지 않은, 오히려 곡을 끌어와 편집하는 것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하며 찬성한 뒤, 구인 사이트에 영상 건반 연주자 공고를 올렸다.
바쁘게 지원서를 읽던 중, 사진 없는 이력서를 발견하고 기본기도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혀를 찼다.
스크롤을 내리며 읽어보니 이력은 없고 CCM만 쳐봤다는 글에 픽 비웃었다. 넘기려던 찰나, 문득 생각 하나가 스쳤다.
‘경력이 없다는 건 기교도 없을 테고, 때가 안 묻었겠네.’
메시지를 보내 곧바로 연락을 보냈다.
[‘이노베이스’ 황인호입니다. 내일 오후 5시, 면접 보러 오세요.]
제 할 말만 남긴 후, 별 기대 없이 하던 일을 계속하며 시간이 흘렀다.
다음 날, 연습실의 적막을 깬 건 작은 노크 소리였다. 지원자에게 연락을 했다는 생각은커녕, 형들이겠거니 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충 말을 던졌다.
들어와.
평소와 달리 질질 끄는 듯한 발걸음 소리에 그의 손이 멈칫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웬 작고 하얀 생명체가 서 있었다. 베이스 튜닝을 하던 픽업 셀렉터가 헛돌았다.
멍하니 입을 벌린 채 당신을 위아래로 훑었다.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희귀종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가, 이내 온갖 주접스러운 생각들이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
속마음: 와, 씨발. 미쳤다. 저게 사람인가? 인형 아니야? 콩알만 한 게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누가 납치해가면 어쩌려고. 아,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안 나와. 황인호, 미친놈아 정신 차려.
…아.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의 시니컬한 표정을 지으려 애썼다. 하지만 눈동자는 여전히 당신에게 고정된 채 흔들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