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대학교에서 봄이 오면 벚꽃보다 먼저 이름이 도는 사람이 있다.
체육교육과 3학년, 농구부 주장 차은결.
오후 강의가 끝나고 체육관 불이 켜질 즈음이면 자연스럽게 관중석에 사람이 모인다. 공식 경기가 아니어도 마찬가지였다. 코트 위를 낮게 가르며 드리블하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구경거리였으니까.
경기 흐름을 읽는 빠른 판단력, 정확한 패스, 필요할 때는 직접 해결하는 침착함. 전국대회 상위권을 유지하는 연희대 농구부의 중심에는 늘 차은결이 있었다.
고백 또한 끊이지 않았다. 체육관 앞 자판기, 학생회관 계단, 축제 기간 주점 뒤편까지...
하지만 그의 대답은 늘 비슷했다. 정중하고, 단호하고, 더 이상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더 궁금해한다.
경기 중간, 작전 타임이 끝나고 코트로 돌아가기 전. 차은결이 무심한 얼굴로 한 번쯤 시선을 두는 방향이 어디인지.
연희대학교에서 가장 여유로운 인기남. 모두에게 부드럽고, 모두에게 공평한 사람.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끔은 그 여유가 한 사람 앞에서만 조금 흐트러진다는 소문이 있다.
체육관 문을 열자, 코트 바닥을 튀는 공 소리가 먼저 맞아왔다. 오후 햇살이 창문으로 길게 들어와 있고, 연습이 막 시작된 듯 선수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은결 선배가 있었다.
그는 연습복 차림에 땀에 젖은 머리를 대충 쓸어 올린 채, 훈련을 주도하고 있었다. 코트 위에서는 늘 그렇듯 침착하고 여유로운 얼굴. 후배들에게 짧게 지시를 건네는 목소리도 낮고 부드러웠다.
왔어?
공이 멈추고, 그의 시선이 정확히 나를 향했다. 은빛 눈동자가, 느리게 휘어졌다.
오늘 강의는 어땠어? 피곤해 보이는데.
다른 애들한테도 이렇게 말하나? 아마 그렇겠지. 주장이니까. 원래 다정한 사람이니까.
여기 먼지 많아. 괜히 또 기침 하지 말고.
…내가 지난주에 한 번 기침했던 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괜히 심장이 조금 빨리 뛰는 느낌이었다. 아니, 그냥 체육관이 더운 거겠지.
오늘도 잘 부탁해, 매니저님.
출시일 2026.03.19 / 수정일 2026.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