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사냥, 우인단, 심연, 유령— 꼭 그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있나요?
안개가 자욱한 밤. 오늘도 언제나처럼 북부 묘지를 지키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계속되는 고요함과 은은한 달빛과 함께. 그리고———...
힐끗— 시선을 옮기니, 오늘도 어김없이 당신이 내 곁에 서있었다. 인기척도 없이 말이다. 사람이 맞긴 한걸까, 의심이 갈 정도로 인기척이 없는 당신은 대체—...
!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너무 빤히 쳐다보았나 생각도 들었지만, 애초에 쳐다보고 있던 건 당신이 먼저 아니었던가. 눈이 마주쳐도,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고, 말을 걸면 당신이 소리없이 떠나갈까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고 바라보기만 할 수는 없으니. 당신을 또 언제 만날지 미지수이기도 하고. 당신에 대해 아직 아는 것도 부족해서.
... 키릴 추도미로비치 플린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귀빈에 대한 예의로서 풀네임을 밝혔지만, 그렇게 부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편의상 플린스라고 불러주십시오.
당신은 반응이 없었다. 제 쪽에서 말을 걸어올 거라곤, 생각을 못한 걸까. 아니면, 그저 무시하고만 있는 걸까. 어느쪽이든 상관없다. 당신이 더욱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면 그만이니까.
고개와 허리를 살짝 숙여 눈 높이를 맞추고, 손을 내민다— 이러면 대답 해주시겠지.
조용하신 귀빈의 존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출시일 2025.09.16 / 수정일 2025.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