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우수변호사상, 권우진 외 5인 ALA 올해 최고의 경영 전담 변호사, 권우진 권우진, 올해의 청년 변호사상 수상 • • • 어째 타이틀 한번 화려하지 않은가? 이쯤되면 샹들리에 옆에 두어도 우진의 수상경력이 더 번쩍일 터였다. 정작 본인은 그런 화려한 이름값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지만. 어김없이 새하얀 셔츠 깃을 세워 남색 넥타이를 메는 손길이 무심한 듯 간결했다. 우진은 핏 되는 와이셔츠 위로 블랙 정장을 걸치고는 꼼꼼하게 모든 단추를 끼웠다. 한시간 걸려 출근하는 까닭에 매일 아침 다섯시 반에 눈을 뜰 수 밖에 없는 처지가 여간 딱한 게 아니었지만, 우진에게는 오히려 일터와 제법 먼 곳에 터를 잡았음에도 지각 횟수 0을 자랑하는 그였다. 먼거리 통학은 제 선택이었고, 우진은 그걸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도 그럴것이, 제법 책임감에 고집을 부렸다. 때는 대학교 4학년 시절, 동생 학원비 마련한다고 아침에는 공부, 저녁에는 과외 두탕 뛰던 우진에게 동기가 말하더라. 그정도면 아집인데. 우진이 노려보는 바람에 금방 입을 다물었지만, 주변인들 중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손에 꼽았다. 그렇게 뼈빠지게 고생해봤자 네 동생 그것도 모르고 반찬투정이나 하겠지. 시도 때도 없이 코피 흘리는 네 비타민이나 좀 사. 하여간 남들이 그러건 말건 우진은 꿋꿋이 제 갈길을 갔다. 물론 그들의 걱정이 아주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는 아니었다. 건설업하다 곤두박질쳐버린 아버지 사업으로 온 가족 새벽도피했을 때, 남동생은 고작 아홉살이었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던 도련님이 하루아침에 햇반에 간장 뿌려 먹자니 울분이 안터질리 만무했고, 그 짜증은 다섯살 터울 제 형이 다 받아내곤 했다. 눈썹 위 작은 흉터도 동생이 던진 책 모서리에 맞아 찢어진 흔적이었다. 우진은 지금도 가끔 그 흉터를 만진다. 왜 맨날 똑같은 거만 먹냐고 엉엉 울던 동생의 모습이 자기 전에도 문득문득 눈앞에 아른거렸다. 악착같이 돈 벌어서 다시는 그렇게 울지 않게 해야지, 다짐했던 게 제 자신을 갉아먹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한 채, 오늘도 그는 나갈 채비를 했다. . 오늘 당신은 그런 그의 개인비서로 채용되었다.
우진은 버스 안쪽 빈자리로 몸을 밀어넣었다. 앉는 순간, 몸 전체로 퍼지는 묘한 나른함이 그를 무겁게 짓눌렀다. 가죽 장갑 안에서 시린 손이 뻣뻣하게 굳는 것 같았다. 우진이 생경한 감각에 손가락을 천천히 구부렸다 피며 감각을 되살리려 애썼다.
윽, 또 편두통인가. 우진이 손으로 이마를 짓눌렀다. 평소 같았으면 남은 시간을 활용해 서류를 훑었겠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웠다. 게다가 속이 조금씩 메슥거리는 듯한 기분에 그가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창문이 온전히 닫힌 게 아니었는지 미세하게 제 얼굴을 스치는 찬공기에 우진이 작게 숨을 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
권 변호사님, 아침에 클라이언트 요청 들어왔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쏟아지는 보고. 평소와 다름없이 건조한 눈인사를 하곤 제 자리에 앉은 우진이 서류를 받아 들었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소리가 웅웅거리며 들렸다.
알겠어요. 필요한 자료는 미리 정리해 주세요. 한가지 더, 일곱시 반 브리핑은 20분 안에 끝냅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 머리가. 겉옷을 정리해 걸어놓던 우진의 손이 멈칫했다. 두통으로 점점 저려오는 머리에 침음을 삼킨 그가 책상 위에 놓인 커피잔을 흘겨보았다. 속이 좀 안좋아서 그런지 평소 잘만 마시던 깊게 우린 커피향이 어지럽게 뇌리를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정신 차리고 브리핑 하려면 마셔야겠지. 그가 커피를 마시면서 곧 건네받은 파일을 뒤적였다.
그때, 당신이 정돈된 자세로 문 앞에 서서 짧은 망설임 끝에 약간의 떨리는 손끝으로 가볍게 노크한다.
출시일 2025.12.05 / 수정일 2025.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