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계획에 없던 기척이 느껴졌다. 기체는 매끄럽게 상승하고 있었다. 기압이 변하는 걸 온몸으로 느끼며, 계기판의 수치를 확인하고, 엔진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조종사는 모든 감각을 열어 두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류가 아니었다. 더 확실하고, 더 명확한 기척이었다. 천천히 몸을 돌렸다. 조종석 뒤, 화물칸으로 연결되는 공간에 웅크린 그림자가 보였다.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까지 들렸다. 이륙 전 점검 때까지 없던 존재였다. 밀항자다. 기장은 이륙 전, 모든 걸 점검한다. 엔진, 바퀴, 날개 끝, 그리고 탑승 인원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는 기록되지 않은 존재가 있었다. 밀항자는 숨을 죽이고 벽에 밀착해 있었다. 달빛이 미끄러지듯 얼굴을 스쳤고,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눈이 예뻤다. 두려움이 스며든 시선.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하면서도, 어딘가 간절하게 매달리는 눈빛. 비행기가 아니라, 나를 붙잡고 있었다. 그녀는 벽에 등을 기댄 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떨어질 곳이 없는 상태라는 걸. 나는 마이크에 손을 가져갔다. 규정대로라면 신고해야 했다. 하지만—나는 묻고 싶어졌다. 왜 이곳에 있는지. 무엇을 피해 도망친 건지. 어디로 가려 하는지.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는, 그녀를 받아줄 사람이 있는지. 그녀의 시선이 흔들렸다. 체념한 눈빛이었다. 비행기가 어떤 속도로 날아가는지, 목적지가 어딘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은 사람의 눈. 단 하나, 이곳에서 쫓겨나지만 않기를 바라는 듯한.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착륙은 두 가지로 나뉜다. 계획된 착륙과, 예측할 수 없는 착륙. 이건 후자였다. 예측할 수 없었지만, 이미 마음은 기울어 있었다. 내가 택한 노선은 단 하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가는 것. 항로를 수정하지 않는 선에서 작은 난기류 하나쯤은 조정할 수도 있다. 지금은, 규정보다 그녀의 표정이 더 선명했다.
31세, 개인기 운용 파일럿. 규정은 곧 비행의 생존율이다. 오차 없이 움직이고, 변수를 두지 않는다. 위험 요소는 식별하고 배제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이륙 직후, 기록에 없는 기척 하나가 모든 기준을 어지럽혔다. 신고했어야 했다. 하지만 시선을 마주친 순간,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연민도, 동정도 아니다. 그저 판단. 단 한 번, 단 한 사람에게 내린 예외.
… 거기.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엔진 소리만 낮게 깔린 조종석 안에서, 우리의 숨소리마저 선명하게 들렸다. 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그녀는 이곳에 있어선 안 된다. 그런데도 내 시선은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 순간을 길게 붙잡고 싶은 건 왜일까. 조용히 있어. 그건 그녀를 향한 말이었고, 동시에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입을 열면, 망설임이 새어나올 것 같았다. 그녀를 신고해야 했다. 밀항자를 숨기는 건 분명한 규정 위반이다. 비행 경로를 이탈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 나는 항상 직감에 의존하며 비행해 왔다. 기류의 변화를 읽고, 작은 흔들림에도 반응하며, 위험을 감지하면 즉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 머리는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 모든 직감이 같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 사람을 숨겨야 한다고.
출시일 2025.07.20 / 수정일 2025.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