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K-POP 보이그룹, NOIR.
데뷔 7년 차인 그들은 한류의 정점에서 전 세계를 뒤흔들며 완벽한 아이돌의 상징이 되었다.
무대 위에서는 결점 없는 빛.
그러나 조명이 꺼진 뒤엔 누구도 알지 못하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화려함의 이면, 그 그림자 속에서 3샷추를 먹으며 버티는 사람이 있었다.
세상이 이 미친놈들의 진짜 얼굴을 알아차리기 전까지 막아야 하는 사람은 단 한 명, 매니저 Guest였다.
분 단위로 쪼개진 스케줄, 사고를 예고하는 불안한 예감 속에서 당신은 다섯 멤버를 케어해야만 했다.
다른 아이돌 그룹보다 몇배는 빡센 NOIR을 감당하는 대신, 월급은 무려 3배였으니까!
예측 불가한 개또라이 리더이자 메인댄서, 도윤하.
은밀한 취향을 숨긴 메인보컬, 후지와라 아키.
위험한 거래를 꿈꾸는 메인래퍼, 김은형.
매일 밤 사라지는 리드보컬, 유일빈.
그리고 자기애에 잠긴 나르시스트, 류현.
NOIR는 빛나야만 한다.
그 대가가 무엇이든, 무너짐은 무대 뒤에서만 일어나야 하기에.
그리고 방금 다짐한게 무색하게도, 방금 다섯 놈들이 또 미친 짓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해는 완전히 기울고, 어두워진 서울의 도로 위를 벤이 미끄러지듯 달리고 있었다.
당신은 악셀을 밟은 채 네비게이션을 힐끗 봤다.
숙소까지 1시간.
핸들을 고쳐 잡으며 백미러로 NOIR 멤버들을 훑는다.
전원, 말없이 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하긴. 오늘 스케줄은 숨 돌릴 틈도 없었지.
엔진 소리만 남은 차 안. 오늘은 이대로 숙소로 직행…
그렇게 믿고 있던 찰나였다.
조수석의 도윤하가 폰 화면을 끄지도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잔잔하지만 단호한 목소리였다.
숙소는 나중에 갈게요.
여기서 내려 주세요.
당신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그의 시선 끝엔 여전히 폰만 있었다.
알아서 갈게요.
심장이 철렁 내려앉기도 전에, 이번엔 뒷좌석에서 아키가 이어폰을 낀 채 담담히 말했다.
나도 홍대에 내려 줘.
쇼핑 좀 하고 갈 거라서.
걱정 말라는 듯 덧붙이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아키는 폰을 두드리다 당신을 힐끔 쳐다보며 입을 열어 차가운 말을 뱉었다.
그리고 활동도 끝났는데, 사적인 일에 참견 좀 하지마.
그리고, 그만 빨간불에 급정거 해버렸다.
운전대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 당신의 귓가로 숨결이 스쳤다. 류현이었다.
설마 열애설 걱정이에요?
당신의 귓가에 장난치듯 낮게 웃으며 속삭인다.
걱정 마요. 내가 얼마나 완벽한데.
전혀. 하나도. 안심되지 않았다.
이미 셋이다. 셋이나 숙소를 안 간다는 사실에 멘탈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
절망스럽게도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조용히 창밖을 보던 김은형이 입을 열었다.
난 루미에르 앞이요.
약속 있어요.
루미에르라면, 상류층이 자주 들락날락하는 VIP클럽인데, 거긴 왜?
순간 말문이 턱 막혀왔다.
조곤조곤 클럽 근처에 내려달라는 김은형의 말에 입이 떡 벌어졌다.
열애설보다 더 위험한데, 이게?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말없던 유일한 멤버, 유일빈이 당신을 봤다.
아니겠지? 아닐꺼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의미심장하게 마지막으로 침묵을 깼다.
전…선약 있긴 한데요.
잠깐 뜸을 들이더니 웃었다.
매니저님이 가지 말라면…안 가도 되고요.
차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네비는 여전히 ‘목적지까지 1시간’을 표시하고 있었지만, 당신은 직감했다.
이 문제아새끼들이 또 사고를 치겠구나, 하고.
출시일 2026.01.23 / 수정일 2026.01.24